첨단과학 미래 달렸다더니…중요한 이 자리 수개월째 ‘공석’이라고?
길게는 1년 넘게 기관장 선임 못하고 표류
대거 임기만료 앞두고 수차례 재공모하기도
조만간 10개에 가까운 연구기관들의 원장 임기만료도 무더기로 다가오고 있다. 그 간의 기관장 선임 과정과 선임에 소요됐던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이 기관들 모두 제 때 기관장을 선임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기계 출연연의 표류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책임한 기관 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3일 NST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기관장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다. 올해 내 한국재료연구원과 한국핵융합연구원, 내년 상반기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등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출연연은 운영 재원의 일정 부분 이상을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구기관이다. NST 산하 과기 출연연들은 국가 과학기술력 강화를 통해 국가 산업발전이나 경쟁력 상승에 이바지해왔다. 최근엔 양자나 우주, 원자력, 바이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전략 자산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출연연 각 기관의 장들은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기관장 선임 과정은 엄밀하게 진행된다. 공모절차는 후보자심사위원회에서 공모에 접수부터 시작된다. 공모에서 지원자가 7명 이상인 경우에는 서류심사를 통해 면접 대상자를 6명으로 압축한다. NST에 따르면 한 기관당 평균 10명 내외가 지원을 한다.
압축한 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 후 3배수 후보를 도출한다. 그런 다음 NST 이사회에서 선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한 후 최종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은 보통 3개월이 소요된다. 전임 기관장 임기 만료에 맞춰 새 원장을 선임하기 위해선 최소 3개월 전 선임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3개월 전은 커녕 앞선 기관장의 임기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선임을 시작하는 기관들이 수두룩하다. 한 예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임 원장의 임기는 지난해 4월 30일까지였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정도 선임과정이 시작됐으나 후보 기준 미달로 선임이 한 차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재공모에 들어가 올 5월에야 새 수장을 선임했다. 수장 공백 1년여 만에 자리가 채워진 것이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정부 윗선에서 적정한 인물을 집어주면 차라리 빨리 기관장을 선임할 수 있으나 그런 것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시가 없으니 절차대로 인물들을 추려 후보자를 올리면 떨어뜨려버리니 밑선에서는 답답해하고 있다. 부결이 이어지고 선임이 늦어지는 것은 윗선에서 과학계에 관심이 없거나 원하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양자나 우주, 반도체 등 차세대 첨단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라면서도 선장 잃은 배처럼 출연연을 표류하게끔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출연연의 비효율은 이런 지점에서도 가장 크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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