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돈으로 빚 갚는 유증, 올 들어 3배 급증

성채윤 기자 2023. 10. 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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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3.7조···1년새 200%↑
설비 투자 용도는 되레 4% 줄어
공시만 떠도 재무 악화 시그널에
주가 급락 비일비재···투자자 눈물
[서울경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단순히 회사 빚을 갚기 위해 발행하는 국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금액이 한 해 동안 세 배나 급증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이 올 1월부터 9월 30일까지 공시한 채무상환 목적의 유상증자 총금액은 3조 7674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 5111억 원(199.88%)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유상증자 규모가 315개사 22조 7672억 원에서 358개사 28조 5228억 원으로 25.2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유독 빚을 갚을 목적의 유상증자만 폭증한 셈이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전체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70.83%인 20조 2052억 원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였다.

채무상환 목적과 달리 기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 금액은 7조 1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27억 원(10.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규 설비투자나 공장 신설을 위한 유상증자 금액은 5조 86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 1350억 원)보다 오히려 4.36% 감소했다.

유상증자 발행 규모는 고금리 장기화로 가닥이 잡힌 하반기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8월과 9월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각각 5조 2403억 원, 1조 2832억 원으로 지난해 8월(2조 2543억 원), 9월(5124억 원)과 비교해 모두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채무상환용 유상증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은 고금리 국면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기존 대출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로 회사채 발행 및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자 기업들이 결국 유상증자로 자금 돌려 막기에 나선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불황형 유상증자’가 속출하자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까지 주가 급락의 유탄을 맞고 있다. 추가로 투자를 받는 만큼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탓이다. 특히 올해는 기업이 부채 상환이나 운영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기만 해도 그 자체가 재무 사정 악화로 인식돼 주가가 추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CJ CGV(079160)의 경우 올 6월 20일 채무상환 목적으로 415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공시한 직후부터 9월 27일까지 42.31%나 급락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도 채무상환 목적으로 2582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힌 6월 13일부터 같은 날까지 주가가 27.39% 떨어졌다. 이 외에 대유에이텍(002880)(-42.35%)과 미래산업(025560)(-35.81%), 효성화학(298000)(-11.03%), 코스맥스(192820)(-11.49%) 등도 이달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날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바이오 기업들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채무상환 목적이 아닌 일반적인 유상증자 소식으로도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사인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기업 메드팩토(235980)는 115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주가가 27.76% 급락했다. 또 다른 바이오주 라이프시맨틱스(347700)도 20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시를 낸 다음날인 같은 달 12일 곧바로 하한가를 맞았다. 제주항공(089590)은 25일 최대주주인 에이케이홀딩스(AK홀딩스(006840))와 애경자산관리를 대상으로 총 404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뒤 27일까지 1.42% 하락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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