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400m 계주, 37년 만에 값진 동메달
1986년 이후 이 종목 첫 메달 수확
마지막 주자 고승환(26·광주광역시청)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먼저 기다리던 한국 선수 4명이 일제히 전광판을 쳐다봤다. 전광판 ‘Rank 3(3위)′ 옆에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는 글자가 떴다. 4명은 화면을 보자마자 너 나 할 것 없이 둥글게 껴안더니 소리 높여 환호했다. 남자 400m 계주가 37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74라는 기록과 함께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는 중국(38초29), 2위는 일본(38초44)이다.
이정태(27·안양시청), 김국영(32·광주광역시청),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 순으로 달린 대표팀은 2014년 한국 기록(38초74)과 타이를 이뤘다. 김국영은 “힘들게 준비했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뛰는 선수 4명이 이어달리기를 한 결과 37년 만에 메달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예선에서는 2위(38초75)로 결선을 통과했다. 중국보다 0.13초 느렸지만, 3위 일본보다 0.24초 빨랐다.
육상은 올림픽은 고사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이 적었다. 이번 항저우 대회 육상 48종목 중 한국이 기대를 거는 건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유일했다. 그러던 중 이번 남자 계주에서 희망을 봤다. 한국 육상 남자 계주 400m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뿐이다. 당시 동메달을 딴 뒤 37년 동안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한국 남자 계주 400m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대표로 뽑힌 뒤 진천에서 동고동락하며 호흡을 맞췄다. 그 중심에는 은퇴를 앞둔 ‘맏형’ 김국영이 있다.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07) 보유자이기도 한 김국영은 종아리 부상 후유증으로 개인전은 포기했지만, 후배들을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400m 계주에 나섰다. 김국영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성은 지난 7월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100m에 나서서 준결승, 결선에서 두 번이나 대회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의욕을 불태웠다.
대회 2달 전부터는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 대회를 안 가리고 나섰다. 지난 9월엔 초중고 육상 경기 대회에 번외로 참가해 손발을 맞췄다. 8, 10월엔 중국 항저우와 비슷하게 덥고 습한 일본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가 뛰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힘들만한 일정이었는데 선수들끼리 이겨내면서 정이 쌓였다. 성적의 비결엔 그렇게 다져진 팀워크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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