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위기’ 겨우 넘긴 미 의회…이번엔 ‘하원의장 해임안’ 발의
해임 가능성 적지만…내홍 빠진 공화당은 정치적 타격
미국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이 2일(현지시간) 같은 당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발의했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게 만든 임시예산안 통과를 두고 공화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게이츠 의원은 이날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의장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그 대상이) 공화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엔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놓고 민주당과 ‘비밀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고 발언해 둘 사이에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관한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에 기름을 부었다. 매카시 의장은 이에 대해 “별도 합의는 없다”고 밝혔지만, 게이츠 의원 등 강경파는 이면 합의 가능성을 더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공화당 초강경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게이츠 의원은 당내 약 20명의 강경파 중에서도 매카시 의장과 가장 많이 정면 대치해 온 인물이다. 그는 임시예산안 협상 초기부터 의장 해임안 발의를 공언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하원의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한 명이 단독으로 의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하원의장 직위가 수시로 공화당 강경파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원 의사 규칙상 해임결의안이 발의되면 48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의안은 하원의원 과반(218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아직 해임 찬성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강경파는 소수다. 의장 해임 추진이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표결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공화당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하원 의석 구도상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공화당이 근소하게 다수당인 만큼 매카시 의장은 직위를 유지하려면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공화당 내 분열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의장 해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임시예산안이 만료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의회가 2024회계연도 예산안 법안 처리를 하는 일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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