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 지원’ 예산 배제·슬로바키아 총선 친러 야당 승리…흔들리는 서방 연대

정원식 기자 2023. 10.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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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서 EU 외교장관 회의
유럽 경제·무기 등 부담 커져
미·EU “지원 계속” 우려 진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선거 등 정치적 변수로 인해 서방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와 공동으로 EU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항목이 배제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고, 같은 날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해온 친러 성향 정치인이 이끄는 야당이 승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동맹국들의 지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열렸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임시예산안에는 민주당이 요구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억달러(약 8조1510억원)가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빠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방부 관리들은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52억달러가 몇달 후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방부가 군수업체에서 물자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이니셔티브(USAI)’ 자금이 바닥 난 상태다. 이 때문에 의회가 추가 지원 예산을 언제 승인할지 불확실한 현 상황에서 국방부는 2주 간격으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 제공을 꺼릴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좌절되면서 유럽에서는 유럽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인도적·재정적·군사적 지원 규모는 740억달러에 이른다. EU 27개 회원국 전체의 지원 규모(803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무기 생산 능력도 미국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럽 방산업체들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포탄의 5~10%만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최대 50억유로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우크라이나에 4년간 210억달러 규모의 군사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애초 구상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스메르)이 승리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악재다. 친러시아 정치인으로 꼽히는 피초 전 총리는 선거 다음날인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초 전 총리의 연정 파트너가 될 것이 유력한 ‘흘라스’(목소리)가 친유럽 성향 중도정당이어서 집권 후 슬로바키아의 정책이 친러·반미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의 불안감을 진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는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분명한 약속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도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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