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에 ‘발 날개’달린 LG 23년만에 정규리그 우승

강호철 기자 2023. 10. 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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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LG는 3일 경기가 없었지만 2위 KT와 3위 NC가 나란히 지면서, 정규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자동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1위에 주어지는 한국시리즈 직행 혜택도 거머쥐었다.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8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 LG 박동원이 홈런을 치고 염경엽 감독(오른쪽)과 기뻐하고 있다./뉴스1

3일 KT는 KIA에 1대3으로 졌고, NC는 SSG에 7대9로 역전패했다. LG(135경기·82승51패2무)가 남은 9경기를 다 지고, KT(137경기·74승60패3무)와 NC(133경기·70승61패2무)가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승률에서 앞서지 못한다. LG가 정규리그 1위(단일리그 기준)를 차지한 건 통산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김성근 전 감독이 지휘하던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염갈량’의 발 야구로 활기

LG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3패로 뒤져 탈락하자 그 책임을 물어 류지현 감독을 경질하고, 작전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염경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염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금까지 맡아본 팀 중 투타 밸런스가 가장 잘 잡혀 있는 팀”이라고 우승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LG 타선에 기동력을 입혀 최강 공격력을 만들어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뉴스1

LG는 올해 팀 도루가 158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2위인 두산(123개)보다 35개나 많다. 염 감독은 역설적으로 이 기동력 때문에 시즌 초반 비난받았다. 너무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비명횡사하는 일이 많았다. 실제로 LG는 올해 도루 실패가 94차례나 돼 성공률이 62.9%에 그친다. 시즌 초반엔 성공률이 60%에도 못 미쳐 ‘자살특공대’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염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면 상대 투수와 수비가 흔들린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체득하면 시즌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LG는 올해 신민재(35개) 박해민(24개) 홍창기(23개) 문성주(22개) 오지환(15개) 등 주전 다섯 명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기동력이라는 날개를 단 LG 타선 파괴력은 엄청났다. 3일까지 팀 타율(0.281), 출루율(0.364), 장타율(0.397), OPS(출루율+장타율·0.761)이 모두 1위였고, 이를 발판으로 경기당 5.1점(리그 1위)을 뽑아내며 신바람 나는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주전과 대타, 대수비 등 더그아웃 내 야수진을 매 경기 100%에 가깝게 활용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잠재력이 함께 살아났다.

마운드도 강했다. 팀 평균자책점(3.67)은 NC에 이어 2위. 불펜투수들 평균자책점도 3.42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을 만큼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7명에 달할 정도로 철벽 불펜도 구축했다. 마운드 위기가 없진 않았다. 팀 에이스 역할을 했던 케이시 켈리가 한동안 부진에 빠졌고,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불펜이었던 이정용과 임찬규를 선발로 전환시키고, 켈리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키움에서 선발 자원인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전력 공백을 잘 메웠다.

”마지막에도 우리가 웃겠다”

염경엽 감독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주장 오지환과 고참 선수들을 주축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에게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1년 동안 화도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묵묵히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준 코칭스태프도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장 오지환은 “정규리그 우승을 선수단과 프런트, 팬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지금도 벅찬 순간이지만,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통합 우승을 이루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8월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관중들이 물대포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뉴스1

LG는 1990, 1994년 통합챔피언에 오른 뒤 1997, 1998, 2002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모두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2018년 타계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세 번째 우승을 위해 준비한 오키나와산 명주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시계는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다. 더 큰 목표인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는 만큼 지금부터 휴식과 훈련 계획을 잘 짜고 준비해서 마지막까지 우리가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가 1위를 확정지었지만, 나머지 순위 레이스는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 2위 KT와 3위 NC 승차가 2.5경기, 4위 두산은 3위 NC를 0.5경기 차로 바짝 쫓고 있다. 최근 3연승을 거둔 SSG는 6위 KIA와 게임 차를 2.5경기로 벌리고 두산과 간격도 1.5경기로 줄이면서 4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6위 KIA와 7위 롯데도 아직 산술적으로는 가을 야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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