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분의 1초 ‘빛’, 전자 세계 문 열다…노벨 물리학상에 아고스티니·크러우스·륄리에

이정호 기자 2023. 10. 3. 2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찰나의 빛 파동 개발 공로
원자 속 전자 움직임 규명
“의료 진단 새 지평 열 것”
륄리에, 5번째 여성 수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고속 촬영 기술을 연구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70·왼쪽 사진)와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61·가운데),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65·오른쪽)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아고스티니는 프랑스인이며 륄리에는 프랑스·스웨덴 이중국적자라고 전했다. 크러우스는 헝가리·오스트리아 이중국적자다. 또 륄리에는 마리 퀴리(1903년) 이래 역대 다섯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이들 세 과학자에게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연구의 핵심은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을 규명하기 위해 ‘아토초(100경분의 1초)’ 단위로 깜빡이는 빛을 만든 것이다. 1경은 1000조의 10배를 뜻한다. 아토초는 일반적으로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나 나노초(10억분의 1초)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다. 수상자 3명이 이렇게 짧은 시간마다 반짝이는 빛을 만든 이유는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전자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규명하려면 매우 짧은 단위로 반짝이는 빛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 과학자는 매우 짧은 시간마다 물결치는 일종의 빛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빛의 파동은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촬영 장비 구실을 한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나 동물을 카메라로 찍을 때 셔터 속도를 높이면 움직임이 더 사실적으로 묘사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3명은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의 움직임을 찍는 일종의 고성능 카메라를 만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에바 올슨 노벨 물리학위원장은 “이번에 수상한 연구를 통해 전자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었다”며 “다음 단계는 전자에 의해 통제되는 물리학의 세계를 이용할 방법을 찾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전자가 다른 물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돼 지금보다 성능이 좋은 기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의료 진단 과정에서 분자 속 다양한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 더 정확한 질병 확인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상자에게는 총상금 11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공동 수상한 3명이 똑같이 나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