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금의 불편함이 전기 작업자의 생명을 살린다

기자 2023. 10.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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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전력설비공사에서 매년 약 10건(2020~2022년 평균)의 크고 작은 감전재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노동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고, 국민 인식도 서서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감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무거운 숙제입니다.

이때, 만약 전기 공급을 중단하고 작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분명 작업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기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기 공급을 멈추지 않고 시행하는 ‘무정전(활선) 작업’과 전기 공급을 멈추고 진행하는 ‘휴전(休電) 작업’입니다. 휴전 작업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임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감전 위험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가장 안전한 작업 방법입니다.

전기 공급을 유지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감전에 의한 재해의 무서움은 일반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전기작업자가 위험한 상황을 알면서도 전기 공급을 중단시키지 못했을까요? 전기 공급이 멈추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동의를 받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입니다. ‘영업을 해야 한다’ ‘공장을 돌려야 한다’ ‘음식이 상한다’ 등 한전과 배전 전문회사의 작업자들은 전기 공급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휴전 없이 무정전으로 전기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다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전기품질을 관리하는 SAIDI(System Average Interruption Duration Index)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이 지표는 ‘연간 한 가구당 정전을 경험하는 시간’을 나타내며 수치가 낮을수록 정전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의 SAIDI는 9.05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전 시간을 유지하면서 세계 1등의 전기품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은 어떨까요? 미국·유럽의 경우 SAIDI는 약 45분으로 우리나라보다 5배 긴 시간 동안 국민들이 정전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기작업이 필요할 때 휴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휴전 작업으로 정전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전 시간을 줄여 국민 편의를 보장하고 고품질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작업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휴전 작업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기작업자도 이웃이고 친구이므로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휴전 작업으로 발생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이자 생각입니다.

당장의 불편함을 잠시 감내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잠깐의 불편함과 생명, 과연 고품질 전기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공급해야 하는 한전은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우리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제는 작업자 안전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적·사회적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전기작업 시 전기를 잠시 쉬게 하는 휴전 작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 전기작업자의 생명을 지키고 고품질 전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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