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LG 때문에 좌절했는데…염경엽 이젠 KS 우승 숙원 '해결사' 된다

윤욱재 기자 2023. 10. 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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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1994년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태평양 돌핀스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LG는 압도적인 투타 전력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팀이었다. 이광환 감독의 '스타 시스템'으로 투수진은 선발투수~중간계투~마무리투수로 이어지는 개념이 확고해졌다. 15승 투수만 3명이 탄생했다. 이상훈이 18승 8패 평균자책점 2.47로 프로 2년차에 에이스로 등극했고 김태원은 16승 5패 평균자책점 2.41, 정삼흠은 15승 8패 평균자책점 2.95로 막강한 선발투수진을 이끌었다. 신인 인현배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4.19로 초반 LG의 상승세에 큰 기여를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셋업맨 역할을 한 차동철은 2승 5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으며 마무리투수 김용수는 5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56으로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다.

타선은 1,2,3번 타순을 단숨에 차지한 '신인 3총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1번타자 류지현은 타율 .305 15홈런 51타점 51도루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2번타자 김재현은 타율 .289 21홈런 80타점 21도루로 고졸 신인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3번타자 서용빈은 타율 .318 4홈런 72타점을 기록하는 한편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해태에서 트레이드로 건너온 베테랑 3루수 한대화는 타율 .297 10홈런 67타점으로 4번타자 자리를 지켰고 '검객' 노찬엽은 타율 .279 6홈런 59타점으로 중심타선을 든든하게 받쳤다. 골든글러브 2루수 박종호도 타율 .260 6홈런 56타점 21도루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안방마님 김동수 또한 타율 .288 6홈런 42타점으로 공수겸장다운 면모를 이어갔다.

태평양도 무시 못할 전력이었다. 특히 철벽 마운드는 태평양의 자랑이었다. 마무리투수 정명원은 4승 2패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36으로 사상 첫 40세이브를 달성한 주인공이 됐고 김홍집이 12승 3패 평균자책점 3.20, 최상덕이 13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1, 안병원이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40, 정민태가 8승 9패 평균자책점 3.72, 최창호가 12승 1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하면서 마운드를 지탱했다.

타선에는 윤덕규가 타율 .321 11홈런 51타점을 기록했고 김경기가 타율 .277 23홈런 70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으나 LG와 비교하면 화력이 달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태평양의 주전 유격수는 염경엽이었다. 염경엽은 타율 .212 2홈런 30타점 11도루로 공격력은 돋보이지 않았지만 그물망 수비가 돋보이는 선수였다.

▲ 염경엽 감독 문보경 ⓒ곽혜미 기자
▲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과연 이들이 만난 한국시리즈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LG의 4전 전승이었다. 태평양은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말 김선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LG에게 분위기가 넘어갔다. 정규시즌 홈런 1개였던 김선진의 극적인 한방이었다.

LG에 막혀 우승의 꿈이 좌절된 염경엽은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현대는 1996시즌을 앞두고 태평양 구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고졸 신인 박진만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염경엽은 백업으로 전락해야 했다. 선수로는 1998년과 2000년 현대의 우승과 함께했으나 역시 그의 위치는 백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프런트와 지도자로 변신하고 나서 그의 야구 인생이 빛을 봤다. 현대에서 프런트와 코치로 경력을 쌓은 염경엽은 2008~2011년 LG에서 운영팀장, 수비코치, 스카우트 등을 역임했고 2012년 넥센(현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거쳐 2013년 넥센의 사령탑으로 전격 부임했다. 그해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염경엽은 2014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면서 승승장구했다. 2018년에는 SK의 단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한 염경엽은 2019년 SK의 새 감독으로 취임했으나 시즌 내내 정규시즌 1위를 달리다 최종전에서 2위로 밀리는 아픔을 겪었고 2020년에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감독직을 물러나기까지 했다.

염경엽이 다시 LG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22년 겨울이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감독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고 염경엽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았다.

염경엽 감독은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순간부터 "실패를 통해 배웠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 한마디는 곧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LG는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LG 선수단은 3일 부산 원정길에 오르는 버스 안에서 우승 소식을 접했다. 이날 KT와 NC가 나란히 패하면서 LG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LG 선수들은 오는 4일 사직 롯데전을 마치고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한 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 공식 행사도 참여할 예정. 이 자리에서 LG 선수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기로 했다.

"우승을 못하면 실패"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던 염경엽 감독은 LG를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 1위로 이끌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고 이는 우승이라는 열매로 다가왔다. 매년 2루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LG는 신민재라는 보물을 발견하면서 고민을 해결했고 투수진에는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 등 신예 자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전력을 확충했다.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좌절해야 했던 태평양의 주전 유격수는 이제 LG의 감독으로서 LG가 2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간직했던 응어리를 풀어낸 해결사가 됐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아직 LG의 2023시즌은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첫 번째로 1년 동안 많은 원정도 와주시고, 홈에서도 열렬히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29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한 것 같다. 감사드린다. 두 번째로는 한 시즌 힘들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지만 우리 선수들, 주장 오지환, 김현수, 투수에서는 김진성, 임찬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페넌트레이스 1등을 위해서 열심히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고마운 사람들을 열거했다.

이어 그는 "세 번째로는 1년 동안 내가 화도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많이 했지만 선수들을 잘 리드해주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준 코칭스태프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네 번째로 현장을 지지해주고 믿어주신 구광모 구단주님, 구본능 구단주 대행님, 김인석 대표이사님, 차명석 단장님께 정말 뒤에서 그림자처럼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또 우리 프런트들 전체, 팀장들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현장에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했고, 함께 고생한 프런트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염경엽 감독은 "첫 번째 목표는 달성을 해서 너무 기쁘고, 가장 큰 두 번째 목표인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 휴식과 훈련 계획을 잘 짜고 준비 잘 해서 마지막까지 우리가 웃을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고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라는 다짐도 나타냈다.

▲ 염경엽 LG 감독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LG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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