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상] 찰나 순간 포착하는 빛으로 나노미터 공간의 전자 제어하는 시대가 온다

박근태 기자 2023. 10. 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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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에너지를 변경하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짧은 빛인 아토초(1아토초는 10의 18제곱 분의 1초) 펄스를 생성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150아토초 밖에 걸리지 않은 전자를 촬영하려면 그보다 더 빨리 깜박이는 빛이 필요하다.

아토초 펄스는 수 펨토초에서 수백 아토초에 이르는 원자나 분자 내 전자 운동을 직접 추적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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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미터 공간의 전자를 제어
광파 전자학 탄생의 개척자들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202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에서 올해 수상자인 미국계 물리학자 피에르 아고스티니, 헝가리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프랑스 물리학자 안느 륄리에가 태블릿에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 미국 오하이오 대학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 안느륄리에(Anne L’Huillier)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원자와 분자 내부의 전자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 사람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에너지를 변경하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짧은 빛인 아토초(1아토초는 10의 18제곱 분의 1초) 펄스를 생성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아토초는 매우 짧아서 1초 동안 일어나는 아토초 현상을 합치면 우주 탄생 이후 지금까지 매초 발생한 변화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과학자들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나노초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진행되는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원자 주위를 도는 전자의 운동을 관찰할 수 없었다.

자연계 현상을 관찰하려면 그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보다 짧은 빛이 필요하다. 마치 빠르게 날아가는 야구공을 카메라로 찍기 위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150아토초 밖에 걸리지 않은 전자를 촬영하려면 그보다 더 빨리 깜박이는 빛이 필요하다.

1960년대 레이저가 개발되고 광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빠른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에는 1000조분의 1초 간격으로 빛을 쏘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레이저가 발전하면서 전자가 도는 다양한 궤도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을 토대로 펨토 화학 분야가 새로이 열리고, 이 분야에서의 공로로 아메드 즈웨일 미국 칼텍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전까지 녹는 현상은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면서 원자간 결합이 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펨토초 레이저로 원자를 관찰하면서 이미 원자에 충분한 에너지가 전달되기 전 원자결합이 깨지며 녹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대엔 더 빠른 현상을 포착하는 아토초 시간대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1987년 안느 륄리에 교수가 적와선 적색광의 주기성을 이용해 짧은 빛을 만들고 아고스티니 교수가 연속적인 광펄스를 만든데 이어 크라우스 교수가 650아토초 동안 지속되는 짧은 광펄스를 만드는데 성공하면서다.

몇 주기에 불과한 광파를 통해 전자에 가하는 힘을 아토초 시간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되고, 단일 아토초 광을 실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광파 전자학을 이용해 원자 수준에서 전자 운동과 빛의 진동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류가 매우 빠른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토초 펄스는 수 펨토초에서 수백 아토초에 이르는 원자나 분자 내 전자 운동을 직접 추적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화학반응 연구도 아토초 광펄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다. 펨토초 기술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궤도에 있는 전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들뜬 상태 전자가 화학반응에 참여하는데 이 전자의 움직임을 탐구하면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고,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지 않는지 문제를 깊이 있게 알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07년에 발표한 21세기 기초과학의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5대 도전과제를 지목하면서 극고속 현상 연구를 그 중 하나로 지목했다. 21세기를 ‘조작의 시대(The Control Age)’로 규정하고 아토초 시간대에서 나노미터 공간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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