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에 아고스티니 등 3인···'100경분의 1초' 전자 움직임 규명

[노벨 물리학상]아고스티니·크러우스·륄리에 3인 공동수상
원자 속 전자세계 탐험 도구 찾아
물질의 전자역학 새 연구법 개발
"반도체·의료 분야 등 활용 기대"

2023년 노벨물리학상은 ‘찰나의 빛’을 시연해 미시 세계 관찰의 문을 연 피에르 아고스티니(왼쪽부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교수,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원자와 분자 내부의 전자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찰나의 빛’인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새 실험 방법을 만든 과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3일 피에르 아고스티니(70)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러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교수,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교수를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륄리에는 여성으로는 역대 다섯 번째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전자가 움직이거나 에너지량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여 미시 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아토초 단위로 변화가 나타나는 전자 세계는 그만큼 극도로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과 측정이 가능한데 이를 위한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륄리에는 1987년 불활성 가스를 통과하는 적외선 레이저광에서 다양한 파장과 주파수의 빛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레이저광과 가스 내 원자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전자가 빛을 방출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2001년 아고스티니는 250아토초의 파장을 지닌 일련의 연속적 펄스광을 만들어내고 조사하는 데 성공했다. 크러우스는 650아토초 길이의 파장을 지닌 단일한 펄스광을 분리해내는 성과를 냈다.

에바 올손 노벨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전자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면서 “아토초의 물리학은 우리에게 전자에 좌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성과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에선 물질 내에서 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토초 펄스광은 서로 다른 분자를 식별하는 데 쓰일 수 있어 의료 진단 등 분야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6477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 받게 된다. 륄리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 남은 30분간의 수업을 마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특별하다. 내 작업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주 근본적인 것으로 전자를 보고 특성을 살펴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훨씬 더 실용적인 것”이라면서 반도체 산업 등에서 자신의 발견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의 토대를 쌓은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64)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mRNA가 어떻게 면역 체계와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다른 감염병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도 사용되고 치료 단백질 전달과 일부 암 치료에도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