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술꾼도시남자들’이 세종에 온 이유
최근 ‘힙걸리(힙+막걸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대표 전통주인 막걸리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 게임회사는 인기 게임 캐릭터를 내건 막걸리를 출시했고, 한 유명 호텔은 얼그레이향 막걸리로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등 그야말로 ‘막걸리’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5000억대를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아직 ‘이름값’이랄 것도,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수도 없지만, 힙한 걸로는 뒤지지 않는 로컬 브루어리가 있어 소개합니다.
다음은 최종담 대표와의 인터뷰.
Q. 라벨부터 잔까지, 트렌디한 막걸리를 선보이는 팀이라 눈길이 갔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희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브루어로 구성된 팀이고요, 술을 워낙 좋아해서 우리가 마시고 싶은 다양한 술들을 만들고 그 술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모였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세 명이서 ‘맛있고 멋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만큼 술 만드는 방식이나 브랜딩에 있어서 재미있고 도전적인 시도들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Q. 세 분 다 세종에 연고가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세종시에서도 원도심에 속하는 이곳 연동면에 양조장을 열게 되셨는지요?
저랑 엔지니어인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예요.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도 다녀보고 했는데, 농담 반 진담 반 ‘창업하자’는 얘기를 했었어요.
퇴사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 가서 진짜 우리만의 술을 만들어 보자” 결심이 들었고, 양조장에 메일을 보내서 “일 좀 하게 해달라”고 했죠. 일을 하면서 양조의 기본을 배우면서,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브루어 형도 만나게 됐어요.
세종으로 오게 된 건 쌀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게 됐어요. 쌀은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도 유명하고 김포도 많이 나오지만 좋은 쌀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세종이었어요.
또 세종시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옛 전신인 연기군과 조치원 일대에 다양한 농산물들을 수급할 수 있기에 다양한 술을 만들기에 적합한 입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종시에서 재배되는 삼광미는 품질이 좋은 쌀로 수차례 수상 이력이 있을 만큼 맛있는 쌀이고, 이미 출시한 자두 막걸리를 비롯해 몇몇 과수 농가와 협업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Q. 세 분이 세상에 가장 첫 번째로 내놓은 술이 앞서 말씀하신 세종 쌀을 이용한 막걸리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소개를 해주세요.
세 번의 담금 과정을 거친 술을 ‘삼양주’라고 하는데, 우선 저희 막걸리가 그렇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보통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들을 만들어 막걸리를 만드는데, 저희는 생쌀 그대로를 발효하는 제조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열을 가하지 않아요.
또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쌀 본연의 특징을 살려 크리미한 질감을 냈어요.
Q. 전통 방식의 술 빚는 방법과 만드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건가요?
전통 방식이라하면 전통 누룩에서 오는 다양한 균들에 의해 맛이 발현된다면, 저희는 현대적 방식을 통해 필요한 균만 접종해서 원하는 맛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쌀이 가진 진한 풍미와 숨겨진 산미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쌀의 가공 방식에서부터 필터링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막걸리를 제작하는 기간이 한 5주 정도 걸린다고 하면 그걸 한 배치라고 보는데요. 배치마다 쌀의 품종과 도정률, 숙성의 차이를 두어 같은 술도 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Q. 배치마다 새로운 양조법으로 생산하신다는 말씀인데, 이런 방식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배치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한번 드셔보신 분들도 배치마다 차이를 느끼기 위해 여러 번 구매를 하시면서 점점 저희 브루어리의 팬이 됐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주기에 맞춰 새로운 배치를 안내해드리면서 발매 형식으로 진행하면, 처음에는 미미하겠지만 나중에 저희 브루어리가 브랜드로서 자리 잡으면 온라인 발매 때마다 금방 품절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술은 여러 문화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술을 마시는 거보다 좋은 사람들, 멋진 공간, 분위기에 맞는 음악들이 있을 때 술은 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의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열거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작업 등 여러 재밌는 일들을 벌여볼 계획이에요.
바람으로는 지금은 신생 양조장으로 걸음마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술 만드는 곳이 아니라 폭 넓은 연령대에 사랑받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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