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어느 의대생의 고집 그리고 노벨상

2023. 10. 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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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1976년 커털린 커리코라는 헝가리 의대생이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대한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그녀는 계속 mRNA연구를 하기 위해 1985년 미국의 템플대학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지만 학교측의 무관심 속에서 해고당할 처지에 놓인다. 198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옮기지만 그 곳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연봉을 대폭 삭감 당하는 조건으로 계속 mRNA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곳에서 우연히 면역학자인 드루 와이스먼 박사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그의 연구비로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쥐를 대상으로 한 mRNA 기법을 성공시켜 2008년 발표했지만,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런데 같은 해 터키 이민자 2세에 의해 설립된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mRNA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기술 사용 권한을 바이오엔테크에 주었고, 훗날 그 회사에 임원으로 합류한다. 또한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이던 데릭 로시가 2010년 설립한 모더나에서 백신 개발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현재 화이자에 의해 생산 공급되고 있는 백신이 바로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것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그녀 덕분에 mRNA 방식의 코로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월 2일 노벨상 위원회는 커리코와 와이스먼 두 사람에게 금년도 노벨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mRNA 개발 초기의 목표는 항암제, 면역 치료제, 유전병 치료제 등의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투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보다는 백신이 투여(접종) 횟수가 적어 개발 및 관리가 수월한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백신 개발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기술 덕분에 코로나19가 유행하자 곧바로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

기존의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는 다른 백신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시한 기준보다 뛰어난 효능과 적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mRNA 백신은 훨씬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변이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새로운 백신을 만들기 수월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mRNA 백신은 FDA가 요구한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실험에서 두 회사 모두 95% 내외의 효능을 보였다. 2021년 1월 WHO의 보고서에 의하면, 3만여명을 대상으로 mRNA 백신을 투여한 그룹과 가짜 약(placebo)을 투여한 그룹을 비교했을 mRNA 백신을 투여한 그룹의 23.9%에서 주사 부위의 통증, 피로, 두통, 근육통, 오한,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이는 2~3일 정도 지속됐다. 그러나 이 경우는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는 있어도 장기의 손상이 없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미한 부작용으로 분류된다.

문제가 되는 부작용으로는 림프샘이 붓는 경우가 173명(1.1%)으로 가짜 약 95명(0.63%)보다 높았다. 안면신경 마비도 가짜 약이 1명인 데 비해 3명으로 높은 편이었고, 피부 발진 역시 233명(1.5%)으로 가짜 약의 166명(1.1%)보다 많았다. 그러나 장기 손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백신을 맞은 그룹과 가짜 약을 맞은 그룹 간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사망자 수도 백신을 맞은 그룹에서 6명, 가짜 약을 맞은 그룹에서 7명으로 나타났다. 즉 일시적인 고통이 아닌 중대한 부작용이나 사망의 위험은 극히 적다는 의미이다.

아워월드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금년 10월 2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64.85%이고, 한 번이라도 접종한 경우는 70.5%이다. 지금도 매일 1만4607건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mRNA 백신 접종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mRNA 방식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이 백신의 기여도는 매우 크다. WHO는 금년 9월 27일 기준으로 7억 7000만명이 감염되어 696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만일 백신이 없었다면 훨씬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은 명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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