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탈락, 암 투병 딛고 인류 구원... 불굴의 'mRNA 백신 어머니' 커리코
헝가리 이민자 출신으로 불굴의 인생 역정
평생 mRNA 백신이란 새로운 길 개척
공동수상자 와이스먼과 20년 넘게 합작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커털린 커리코(68·여)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64)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20년 넘게 합심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연구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mRNA 백신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향후에도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원할 구세주로 부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두 공동 수상자 가운데 평생을 mRNA 연구에 헌신한 커리코 교수의 인생 역정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수상 이면에는 이민자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mRNA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 교수직 탈락과 암 투병이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집념, 그리고 연구 동반자인 와이스먼 교수의 지원과 어머니의 끝없는 믿음이 있었다.
3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 및 AFP,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커리코 교수는 1955년 헝가리 중부 도시 솔노크에서 가난한 푸줏간집 딸로 태어났다. 그는 중부 유럽의 명문대로 꼽히는 세게드대 생물학과를 거쳐 1982년 같은 대학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5년까지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에서 연구를 했다.
커리코 교수가 mRNA에 처음 꽂힌 것은 학부생이었던 1976년이다. 이후 1984년 유전자증폭(PCR) 기술이 나오고 mRNA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커지자 그는 연구를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다. 1985년 남편, 두 살짜리 딸과 함께 단돈 900파운드(약 148만 원)를 들고 이민을 감행했다. 미국에 도착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에서 연구직 자리를 얻었고, 1990년대 초부터는 mRNA 백신 연구에 전념했다.
아무도 간 적이 없기에 쉽지 않은 길이었다. mRNA 동물실험에서 면역계 염증반응이라는 문제점이 드러나며 학계의 연구 열기가 가라앉았고 그의 입지도 흔들렸다. 정부에 연구비 지원을 신청해도 계속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1995년 즈음 대학은 mRNA 연구를 계속하려면 교수직은 포기하고 하위 연구직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2020년 12월 AFP와의 인터뷰에서 커리코 교수는 "교수로 승진될 예정이었지만 그들(학교)은 바로 나를 강등시켰고 내가 나가리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때 암 진단이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영주권이 없는 신세라 연구원 강등을 감수하고 박봉을 받으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버티던 그에게 1997년 이 대학으로 이직한 와이스먼 교수와의 만남은 연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커리코 교수는 1998년 와이스먼 교수와 의학 저널을 복사하기 위해 줄을 서다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보스턴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와이스먼 교수는 당시에도 저명한 연구자라 외부 연구비를 조달, 커리코 교수의 연구비 갈증을 해결했다. 연구자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변형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2005년 발표했다. 2008년에는 mRNA 변형 및 전달 방법을 개발, 신체 특정 부위에 mRNA를 보내 면역반응을 촉발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내놓은 인류 최초의 mRNA 방식 코로나19 백신의 토대다.
2013년 바이오엔테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커리코 교수는 지난해까지 수석부사장 등을 지냈다. 2021년부터는 세게드대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딸 수전 프랜시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조정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딴 유명 선수다.
커리코 교수는 2018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보내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전날 노벨위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교수도 아니던 10년 전에도 어머니는 노벨상 발표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며 "그녀는 (노벨상 수상을) 믿었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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