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승 29년 기다렸다' 부산행 버스서 감격의 순간을…KS행 숙원도 21년 만에 풀었다

윤욱재 기자 2023. 10.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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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29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찾아왔다.

LG 트윈스가 3일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무려 29년 만에 경사를 맞았다. 지금껏 LG의 마지막 정규시즌 우승은 1994년으로 기록돼 있었다.

LG는 이날 경기 일정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인 상태였고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패하면서 매직넘버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다.

◆ KT는 9회 뼈아픈 2실점, NC는 허무한 역전패…LG 매직넘버 1 사라졌다

KT는 이날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8회까지 1-1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다 9회초에 뼈아픈 2실점을 했다.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가 우중간 3루타를 터뜨렸고 김도영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KT가 첫 실점을 했다. KT는 5회말 오윤석의 볼넷, 조용호의 볼넷, 김상수의 중전 안타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뒤 앤서니 알포드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KT는 9회초 김도영의 좌전 안타와 2루 도루에 이어 김선빈의 우전 적시타로 1-2 리드를 허용했고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중견수 뜬공으로 1사 3루 위기가 이어지자 이우성의 기습 번트로 또 1점을 내주면서 1-3으로 점수차가 벌어져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KT는 9회말 공격에서 득점을 만회하지 못해 1-3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NC 역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NC는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7-9로 석패했다.

NC는 1회초 손아섭의 타구가 2루수 실책으로 이어지고 박민우가 우전 안타를 때린데 이어 박건우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가볍게 1점을 선취했다. 박민우는 2루 도루를 성공, SSG 배터리를 흔들었고 제이슨 마틴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1점을 추가했다. 여기에 권희동도 좌전 적시 2루타를 작렬, NC가 3-0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NC의 기세는 3회초 공격에서도 이어졌다. 박건우가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자 1사 후 권희동이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려 5-0 리드를 가져왔다. 이때만 해도 NC가 승리를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NC는 5회말 김성현의 우전 안타, 하재훈의 좌전 안타에 이어 김민식의 타구가 우중간 적시타로 이어지면서 1점을 허용했고 김찬형의 우전 적시 2루타로 1점, 신민혁의 폭투로 1점을 각각 내주면서 5-3으로 추격을 당하고 말았다.

이어 악몽의 6회가 찾아왔다. 6회말 시작과 함께 하준영으로 투수를 바꿨지만 선두타자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에 좌전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한유섬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5-4 1점차로 추격을 당한 NC는 한재승으로 투수를 바꿨으나 한재승의 폭투로 3루주자 에레디아가 득점하면서 5-5 동점이 됐고 한재승은 김성현에 이어 하재훈도 볼넷으로 내보내 NC 벤치의 신임을 잃었다.

NC는 송명기로 투수를 바꿨으나 송명기 역시 김민식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김찬형의 타구를 3루수가 잡아 홈으로 송구, 3루주자 김성현을 포스 아웃으로 잡았으나 포수의 1루 악송구로 2루주자 하재훈이 득점하면서 5-6 역전까지 허용하며 난국을 맞았다. 여기에 추신수가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5-8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8회말에는 하재훈의 중월 솔로홈런이 터져 5-9 리드를 허용했다.

NC는 9회초 박건우의 우전 적시타와 박한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뒤늦게 2점을 추격했지만 추가 득점이 없어 7-9로 패배했다.

▲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지휘한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오지환(왼쪽)과 오스틴 딘이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LG 선수단, 버스로 부산 이동하다 소식 접했다

이로써 LG는 가만히 앉아 있다 정규시즌 우승 축배를 들었다. LG 선수들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구단 버스로 이동하다 KT와 NC의 패배 소식을 접했다.

비록 이날 경기 일정이 없어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으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구단을 통해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해서 너무 기쁘고, 가장 큰 두 번째 목표인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 휴식과 훈련 계획을 잘 짜고 준비 잘해서 마지막까지 우리가 웃을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염경엽 감독 역시 정규시즌 우승을 지휘한 것은 사령탑 데뷔 후 처음이다. 2013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2014년 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재임하던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으나 감독으로는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

LG는 4일 사직 롯데전을 마치고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현수막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 선수단 공식 행사를 통해 '샴페인'을 터뜨릴 예정이다.

그야말로 '숙원'을 풀었다. LG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패권을 차지했고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또한 1994년으로 남아 있다. 당시 LG는 태평양 돌핀스에 4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 'V2'를 이뤘다. 2002년에는 정규시즌을 4위로 통과한 LG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로 진출했으나 삼성 라이온즈에 2승 4패로 밀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꾸준한 강팀을 만든 LG, 드디어 빛을 봤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른바 '암흑기'로 정리되는 시기다. 2013년 김기태 감독 체제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면서 11년 만에 가을야구행 티켓을 거머쥐는 감격을 맛본 LG는 2014시즌 도중 양상문 감독 체제로 바뀌는 와중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후 LG는 2016년에도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밟았고 류중일 감독 체제로 개편된 이후 2019년과 2020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류지현 감독 체제가 들어선 2021년과 지난 해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내며 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올해로 벌써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창단 이후 최다 기록이다.

다만 '숙원'이었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 체제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우승에 도전했고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하더니 이내 1위로 치고 나가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우승의 숙원을 풀기 위해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에 나서 우완투수 최원태를 영입, 우수한 토종 선발 자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며 '화룡점정'을 이뤘다.

LG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장애물은 없었다.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순간, 2위 KT와의 격차가 8.5경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LG는 팀 타율 .281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이다. 출루율 1위인 홍창기가 타율 .335 1홈런 65타점 23도루로 공격 첨병 역할을 했고 LG의 새로운 주전 2루수로 도약한 신민재는 타율 .275에 27타점 35도루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작성했다. 해마다 반복됐던 외국인타자 잔혹사 역시 지웠다. 오스틴 딘이 타율 .310 22홈런 92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LG 타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제는 국가대표로 거듭난 문보경은 타율 .304 10홈런 71타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마운드 역시 막강했다. 팀 평균자책점 3.67로 역시 리그 1위. 임찬규가 12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했으며 염경엽 감독이 개막 초부터 꾸준하게 기용한 박명근과 유영찬이 1군 투수진 멤버로 성장하면서 투수진이 더욱 풍부해졌다. 트레이드 입단 이후 부상으로 신음했던 함덕주는 홀드 16개로 부활을 알렸다. 올해로 LG와 5년째 동행하고 있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는 예년과 비교하면 아쉬운 투구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소나무'처럼 로테이션을 꿋꿋하게 지켰다.

이제 LG의 다음 시선은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물론 LG에게도 변수라는 것이 존재한다. 외국인투수 아담 플럿코가 허벅지 부상으로 일찌감치 정규시즌 등판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시리즈에는 등판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대부분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 뛴 경험이 없어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래도 계단식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KBO 리그에서 정규시즌 1위가 가지는 프리미엄은 상상을 초월한다. LG 역시 1990년과 1994년 모두 정규시즌을 우승하고 한국시리즈에 선착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9년 만에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신바람 야구'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잠실구장 관중 ⓒLG 트윈스
▲ 염경엽 LG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선수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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