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버스 안에서 맛본 29년만의 정규시즌 우승 입맞춤···LG를 이끈 ‘혼돈 속의 질서’
그간 기다리고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프로야구 LG 선수단은 경기가 없는 3일 오후 부산으로 내려갔다. 이튿날 원정 롯데전을 치르기 위한 이동이었다. 평소 같으면 각자 자리에서 눈을 붙일 만한 시간. 부산 숙소에 거의 도착할 즈음이었다. 구단 버스에 탑승했던 구단 관계자는 “오후 5시 17분쯤이었다”고 했다. 구단 버스가 흔들릴 만한 소식이 들렸다. 이날 경기를 치른 KT와 NC가 모두 패하며 전날까지 남아있던 LG의 정규시즌 매직넘버 1마저 사라졌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것이었다.
신바람 야구로 리그를 주도하던 1994년 통합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LG는 82승2무51패(0.617)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잔여 9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정상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도 확보했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것은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 돌풍을 일으켰던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새 시즌 LG 사령탑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의 당초 구상과는 여러모로 달랐던 시즌이었다. 그러나 LG의 동력은 혼돈 속에서도 승부처마다 승리 공식을 만든 ‘질서’ 있는 움직임에 있었다.
LG는 개막 이후로 좀체 선발진을 고정시키지 못했다.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시즌 초반 이후 여름 시즌에 이르도록 부진했던 가운데 김윤식-이민호-강효종으로 출발했던 국내 선발진은 모두 바뀌었다. LG는 후반기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원태와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해 보직을 바꾼 임찬규, 이정용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선발진 구성부터 문제가 이어진 가운데서도 승률 6할 이상의 고공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진의 양적·질적 아쉬움을 메운 불펜의 힘이었다. 또 개막 이후 공격 각 부문을 지배한 팀 타선 덕분이었다.
LG는 올시즌 불펜 자책 3.12로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평균(4.31)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경쟁력 있는 불펜 전력을 유지했다. 개막 이후 불펜진 구성 또한 순조롭지는 않았다.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했던 마무리 고우석이 시즌 초반 자리를 비우는 등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 틈에 새 전력이 자랐다.
2021년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한 좌완 함덕주가 최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다시 이탈하기 전까지 마무리를 포함한 전천후로 불펜을 지킨 가운데 유영찬·박명근 등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여기에 2022년 NC를 떠나 LG 유니폼을 입은 1985년생 우완 베테랑 김진성이 77경기에등판해 67.2이닝을 던지며 5승1패 3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 2.26으로 불펜진에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고우석·정우영 등이 다시 전력에 가세하는 동안에는 불펜 뎁스가 역대 최강 수준으로 올라선 배경이었다.
경기 중반까지 1~2점차 박빙 승부가 이어지면 불펜의 타선의 힘으로 승기를 잡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LG는 팀타율 1위(0.281), 팀 OPS 1위(0.761) 등 리그의 각종 공격 지표를 끌어갔다. FA(자유계약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고 20홈런을 때린 포수 박동원이 하위타순에서도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며 시즌 초반 팀 타선에 새바람을 넣은 한편 지난해 주춤했던 ‘출루머신’ 홍창기가 출루율 0.448로 최고의 리드오프로 복귀하면서 상하위 타순이 고루 강화됐다.
염경엽 감독은 부산 도착과 함께 구단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염 감독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주장 오지환과 김현수부터 김진성, 임찬규 등 투수들까지 똘똘 뭉친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또 “1년 동안 내가 화도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잘 리드하면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주장 오지환은 “정규리그우승은 우리 선수단과 프런트,팬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벅찬 순간이지만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모두가 염원하는 통합우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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