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전환기의 한국경제 구조변화와 도전
수출은 생각보다 변동성이 강한 경제변수이다. 한 해 10% 이상 수출증가율을 보였다가 바로 다음 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이 아니며, 지난 20년 동안 수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예도 두 차례 있었다. 따라서 올해 수출부진은 그 자체로 한국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2023년을 한국 경제 네트워크의 구조변화가 본격화되는 원년이며, 수출부진은 이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파악한다.
세계 경제는 이제 미국과 그 우호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과 중국·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블록으로 사실상 양분화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가 속할 블록을 명확하게 선택한 상태이다. 국가의 경제활동은 한 블록 내에서만 존재할 수 없으므로 서로 다른 블록에 속한 국가 간에 경제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양 또는 질적 측면에서는 자유무역주의 시대와는 다른 패턴이 앞으로 나타날 것이다.
탈중국 또는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그 대표적 예이다. 한 조사(FDI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작년 약 24%나 감소했고 베트남, 인도 등 중국 대체지로 선호되는 국가들에 대한 직접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 중 중국은 미국·유럽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수출의 큰 폭 감소, 여기에 더하여 부동산 침체, 소비위축 등 내부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여파가 한국의 수출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상반기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6% 이상 줄었으며 높은 중국 의존도로 인해 대중 수출부진은 한국 경제성장률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중 수출과 대미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 대중 수출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의 한국 경제 네트워크의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출 및 수입 그리고 기타 공급망 네트워크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된 새로운 네트워크가 안착하는 변화의 과정은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2~3년간 한국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수출 감소도 문제이지만 자유무역주의 아래에서 최적화돼 있던 한국 경제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구조로 전환될 때는 단기적으로 비효율성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 과도한 규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뤄낸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미래 생활상을 규정할 배터리,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신산업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신냉전 시대의 혜택을 입은 방위산업에서도 최근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문화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성공은 산업 자체의 성장과 함께 타 산업에도 긍정적 외부효과를 주고 있다. 현시대에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산업 포트폴리오는 많은 나라가 부러워할 만한 산업구조이다. 세계 경제 전환기의 도전을 한국 경제가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어려움은 미래 성공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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