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과징금 2배로 주가조작 근절 힘들다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 전통경제학의 가정이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효용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결정을 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늘 맞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틀이고 경험적으로 가장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기에 개인 행동을 가늠해 규제, 처벌 등 정책을 설계할 때도 정책 입안자들의 결정 기준이 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행위 엄단을 위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추정과 입증이 극히 어려웠던 부당이득액이 간단히 계산되도록 법제화하고, 이를 환수하기 위해 부과되는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매길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과징금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을 제대로 박탈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먼저 부당이득 산정 문제다. 아직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법원의 판단을 예상해 볼 수밖에 없지만, 부당이득을 손쉽게 산정하게 되면 범죄수익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과징금 부과 주체가 지지 않게 되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반대로 과징금 부과액을 낮추려면 범죄자가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이득을 얻게 되었는지를 소명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마치 범죄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왜 무죄인지를 증명하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다음은 기대이익 문제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고 싶다면,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했을 때의 기대이익이 '0'보다 작아야 한다. 범죄자들은 한탕 해보려고 시도를 할 테지만, 최소한 합리적인 다수는 범죄 유인이 사라진다.
따라서 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은 여전히 미진해 보인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했을 때 적발될 확률이 10%에 불과하다면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9배를 부과해야 기대이익이 '0'이 된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거래를 3분의 1 확률로 잡아낼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최희석 증권부 achilleu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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