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년 총선, '포퓰리즘 법안' 의원 걸러내자

2023. 10.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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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명해진 우리 유권자들은 지역의 후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의 정책과 법들을 추진하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의 고참, 다선 의원일수록 정책 입안 시 아래 네 가지 고려 요소를 저울질하며 법안을 구상하는 것 같다.

첫째, 정치인들이 법안 입안 시 우선 고려하는 요소는 현실성보다 이상적인(desirable) 정책인가의 여부일 것이다. 얼핏 국민에게 크게 도움될 것으로 판단되나 실현 가능성, 예산, 부작용 등 현실적인 제약 요소는 충분히 따지지 않는 경우,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선거에 표가 되는(popular) 정책이다. 국가 재정, 효율성 측면이 피해를 보는 것은 나중 문제이고 우선 나의 유권자들을 열광시켜 표를 얻을 수 있는, 즉 포퓰리즘 정책이다.

셋째는 우리 편에 도움이 되는 정책(beneficial)이다.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정책이 아니라 내 편, 우리 진영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편파적인 정책이다. 마지막인 넷째가 실현가능한(feasible) 정책이다. 국가예산, 시행 시의 장단점, 반대 의견, 국제관계 등을 절충한 장고 끝에 탄생되는 정책이다.

당연하게도 국민들은 선량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국가에 도움되는 바람직하면서 실현가능한 정책을 입안하길 바란다. 요사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져서 경륜 있는 서너 명의 시민만 모여도 특정 이벤트에 대해 얘기하면 순식간에 이벤트의 원인, 경과, 현황과 미래 전개 방향에 대한 정보들이 줄줄이 언급된다.

반면, 본인이 좋아하는 정보 매체만을 열독하는 경향이 심해져서, 집단 간 사고의 괴리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토마스 킬만은 "갈등이란 나의 관심 대상에 타인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리라는 인식을 할 때 시작되는 과정"이라 말한 바 있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구분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수십 년 전 초기 서울 지하철망을 구축할 때, 관계자가 모 저명 대학 정문 앞에 지하철역 설치를 건의했다. 이 사안에 대해 자연과학 지식이 최고 수준인 교수님들이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은, 지하철 진동으로 연구에 방해가 되니 역을 설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수많은 학생과 직원들의 출퇴근 교통 불편으로 이어졌다.

지식이 많다는 것과 지혜로운 것은 다른 것으로, 의원들 지식 수준이 높다고 좋은 정책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적 리더로서 존경을 받으려면 개인적 권력의 획득에 필요하다는 개인적 매력, 정당성, 전문성 외에 지혜를 쌓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를 보면서 왜 우리는 여야가 정책에 대해 논쟁하면서 때로는 만장일치는 못할까 한숨을 짓는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정책 경쟁은 어려운 것일까. 한국은 초강대국들과 인접하고, 거기다가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를 나쁜 방향에 쏟고 있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어서 점잖은 서구식 정치 풍토는 불가능한 것일까.

여야를 막론하고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정치인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소수를 의원 집단이 걸러내지 못하고 자정(自淨) 기능을 상실하면, 전체가 오명을 쓰게 된다. 똑똑한 국민들이여 잘 생각해서 뽑읍시다.

[박원구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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