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재 소재 우리 손으로" 포스코의 포효
OCI와 음극재 피치 공장 완공
年1만5천t 생산해 수입 대체
전기차 300만대 배터리 분량
원료부터 중간소재, 제품까지
가치사슬 자체 구축에 무게
"그동안 음극재용 피치 제조사가 국내에 없어 배터리 소재사는 피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해야 했어요. 이제 국내 양산의 길이 열렸습니다."
최근 방문한 충남 공주시 탄천산업단지의 피앤오케미칼 공장. 축구장 1.5배인 3만2514㎡ 규모의 생산시설에선 배터리 음극재용 중간소재 피치 생산이 한창이었다. 긴 파이프라인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탱크와 증류탑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피치는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해 생산한 탄소 물질이다. 배터리 음극재용 소재에는 일반 피치보다 연화점이 높은 석유계 고연화점 제품이 사용된다. 연화점은 고체 상태인 물질이 가열돼 흘러내리는 상태가 될 때의 온도를 뜻한다.
고연화점 피치로 흑연 표면을 코팅하면 배터리의 팽창을 줄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배터리 충·방전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성능 개선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피치는 인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 때 분쇄된 침상코크스와 결합해 균일하게 혼합하는 바인더 역할도 한다.
고연화점 피치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증류, 중합, 열처리 공정 등을 거쳐야 한다. 피앤오케미칼의 생산설비를 둘러봤다. 원료 저장시설에는 석유계 잔사유가 보관돼 있었다. 잔사유는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의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이다.
우선 잔사유에 포함된 유분을 증류타워에서 제거하는 증류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공정에서 남은 부산물은 파트너사인 OCI에 판매해 카본블랙 원료로 활용된다.
증류 공정이 끝나면 저분자량의 방향족 성분을 고분자량의 화합물로 만드는 중합 공정이 진행된다. 이후 이뤄지는 250도 이상의 열처리 공정을 통해 중간생산물에 포함된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최종 고연화점 피치를 완성한다.
열처리 공정에선 고온으로 인해 피치가 액체 상태이므로 온도를 낮춰 고체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가는 연필심 크기로 제품이 생산되면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제품은 사일로로 이송된 후 포장돼 고객사에 납품된다.
음극재용 피치는 중국과 독일에서 주요 생산돼왔다. 음극재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고연화점 피치 개발·양산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음극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상황이다.
수요 기반이 취약함에도 음극재용 피치 국산화에 나선 것은 해외 업체에 수급을 의존하면 물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피치 코팅은 음극재 제조의 핵심 기술로 배터리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음극재용 피치 대부분을 독일에서 수입해온 포스코퓨처엠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세계 최대의 액상 피치 제조 업체 OCI와 손을 잡았다. 2020년 포스코퓨처엠이 51%, OCI가 49%의 지분을 투자해 합작사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했다.
피앤오케미칼 피치 공장은 지난달 기계적 준공을 했다. 현재 이 공장에서 고연화점 피치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연 1만5000t에 달한다.
배터리업계는 이 규모가 전기차 약 300만대에 필요한 배터리 음극재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앤오케미칼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피치 양산과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 수요에 따라 공급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전량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공주 공장에선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 대비한 빈 용지를 볼 수 있었다.
피앤오케미칼 투자를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원료부터 중간소재, 제품 생산에 이르는 음극재 사업 가치사슬 전체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며,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음극재를 모두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원료 단위에서 포스코그룹의 탄자니아 광권 투자를 통해 천연흑연을, 자회사 포스코MC머티리얼즈의 침상코크스 생산 등을 통해 인조흑연을 확보한 상태다. 중간소재인 구형 흑연은 중국 청도중석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피치는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했다.
[공주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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