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연구 속도내라면서 … 표준연구원장은 8개월째 공석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0.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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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더십 공백 장기화
국가전략기술 개발에 차질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길게는 1년 넘게 새 기관장을 선임하지 못한 기관이나 적격자가 없다며 여러 차례 기관장 재공모에 들어가는 기관도 있다.

조만간 10개에 가까운 연구기관들의 원장 임기 만료가 무더기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기관장 선임 과정과 선임에 소요됐던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이 기관들 모두 제때 기관장을 선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기계 출연연의 표류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책임한 기관 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3일 NST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기관장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다. 올해 안에 한국재료연구원·한국핵융합연구원, 내년 상반기 중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한국한의학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한국식품연구원 등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출연연은 운영 재원의 일정 부분 이상을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구기관이다. NST 산하 과기 출연연들은 국가 과학기술력 강화를 통해 국가 산업 발전이나 경쟁력 상승에 이바지해왔다. 최근에는 양자나 우주, 원자력, 바이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전략 자산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출연연 기관장들은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기관장 선임 과정은 엄밀하게 진행된다. 전임 기관장 임기 만료에 맞춰 새 원장을 선임하기 위해선 최소 3개월 전에 선임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3개월 전은커녕 앞선 기관장의 임기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선임 과정을 시작하는 기관이 수두룩하다. 한 예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임 원장의 임기는 지난해 4월 30일까지였다. 그러나 같은 해 9월께 선임 과정이 시작됐으나 후보 기준 미달로 선임이 한 차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재공모에 들어가 올 5월에야 새 수장을 선임했다. 수장 공백 1년여 만에 자리가 채워진 것이다.

최근 기초과학지원연처럼 재공모 사례가 잦아지며 출연연 원장 선임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선임도 모두 부결된 뒤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양자나 우주, 반도체 등 차세대 첨단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라면서도 선장을 잃은 배처럼 출연연을 표류하게끔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출연연의 비효율은 이런 지점에서도 가장 크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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