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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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김순천
누가 그리던 그림이었을까
봄내 여름내 산자락으로
초록 물감을 실어 나르더니
언제부터인가
오색 물감을 덧칠하다가 멈추었다
이유가 뭘까
그 곱던 빛깔이 어느 사이
선들바람에 서걱대며
나붓나붓 떨어지고 있는데
겸손의 계절 '가을'
가을은 눈으로부터 감지된다. 이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게 산이다. 봄부터 시작한 초록 세상이 여름을 정점으로 기활 좋던 빛깔을 잃고 서서히 엷어지고 있다. 이를 제일 먼저 감지하는 건 언제나 시인이다. 그의 촉감은 가히 프로급이어서 한 번도 남에게 뒤쳐져 본 적이 없다. 이 동시는 그림을 내세운 가을 이야기다. 화가의 그림으로 계절을 풀어내고 있다. 화가는 초록 물감으로 봄을 칠하고 이내 여름을 칠한다. 그럴수록 초록은 초록에서만 머물지 않고 오색빛깔로 번져나간다. 화가는 신바람이 났다. 자신의 손에서 온 세상이 황홀한 빛깔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화가는 안타깝게도 거기서 손을 멈춰야만 했다. 더 이상 붓질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인은 계절을 통해 넌지시 우리네 삶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맞다! 인생도 젊음의 정점을 맞이하면 그때부터는 서서히 늙음을 향해 하향 곡선을 긋지 않으면 안 된다. 가을은 삶을 돌아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어떤 빛깔로 생을 칠해 왔는가. 자신의 화판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손을 떼기 전에 어느 곳에 더 붓질을 해야 할까도 생각해야 한다. 가을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참 고마운 계절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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