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서 '중국 응원' 무더기 클릭 사태, 내년 총선 앞두고 아찔하다 [사설]
포털이 여론 조작의 숙주 역할을 한 것인가.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응원을 위해 포털 다음이 만든 '응원 페이지'를 보면 그런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2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중국을 응원한 클릭 수가 전체의 90%를 넘었다. 한국인이 주로 쓰는 포털에서 중국 응원이 압도적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여론 조작 세력이 가담한 게 명백하다"고 주장할 만도 하다. 이런 식으로 포털을 이용한 여론 조작이 내년 총선에서 횡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친중·친북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이다. 정부는 응원 페이지 클릭에 조작이 있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
박 의원은 "포털에 중국 특정 세력의 개입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가능성도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중국이 그럴 리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이 그 증거다. 최근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허위 정보를 대만에 퍼뜨리고 있다"는 기획 기사를 보도했을 정도다. 미국이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를 없애고 싶어 한다거나, 대만 정부 실험실에서 생물학 무기를 만들라고 요구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반미 감정을 부추겨 총통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이나 북한의 특정 세력이 국내의 친중·친북 세력과 협업해 반미·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가짜 정보를 유포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들 수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인종 간 갈등을 부추기는 허위 정보를 인터넷에 뿌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한 전례도 있다. 이런 시도를 차단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포털은 뉴스를 퍼뜨려 수익을 낼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여론 조작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다해 투자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뉴스를 전파하는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면서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민주주의 파괴에 가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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