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언더독을 위한 격언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입력 2023. 10. 3. 17:24 수정 2023. 10.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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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을 제치고 우승한 대만의 마지막 주자 황위린의 인터뷰를 보니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의 격언이 떠오른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이날 황위린은 이 격언이 옳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그는 경기 내내 대만 팀을 앞섰던 한국 팀의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앞두고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을 알아챘다고 했다. 그 순간에도 그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너희들이 축하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한국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주저앉은 자세로 결승선을 향해 왼쪽 다리를 쭉 내밀었다. 그 마지막 순간 혼신의 힘이 0.01초 차이를 만들었다. 바로 그 차이로 대만은 한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안았다. 경기 내내 한국에 밀린 약자, 즉 언더독이었으나 최종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반면 최강 한국팀은 마지막 순간 승리에 도취됐다. 결승선 앞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결국 2위로 밀려났다. 베라의 말이 정말 옳다. 게임은 끝나봐야 안다.

베라가 그 말을 한 건 1973년 7월이다. 그가 감독을 맡고 있던 뉴욕 메츠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시카고 컵스에 9경기 반 차로 뒤지고 있을 때 역전을 다짐하며 한 말이다. 기자들은 베라에게 "이번 시즌은 끝난 게 아닌가요?"라고 짓궂은 질문을 해댔지만 그는 기자들이 틀렸다는 걸 입증했다. 시카고 컵스를 제치고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며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이후 베라의 말은 언더독의 격언이 된다. 비록 당장은 약해 보이고, 한참 뒤처져 있다고 해도, 막판 결승에서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승리하면 좋겠지만 비록 패배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자신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만약 황위린이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승자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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