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정체성’이었던 에든버러성 홍수 이후, 문화재 기후 적응은[기후위기 적응 해외는, 지금]

강한들 기자 2023. 10.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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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에든버러 성 내 배수구가 지난달 19일 매우 작은 채로 유지되고 있다. 에든버러성 크라운광장에 배수구는 사진의 배수구가 유일하다. 강한들 기자

지난달 19일 영국 에든버러성.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크라운 광장’은 약 10㎝ 정사각형 크기의 배수구를 향해 경사져 있었다. 2021년 7월 에든버러성 인근에는 폭우가 내려, 성 곳곳이 침수됐다. 당시 부족한 배수시설 때문에 성 곳곳이 침수됐는데 고미술품이 전시된 ‘메리룸’도 피해를 보았다. 다행히 바닥에 깔린 카펫이 물을 빨아들인 덕분에 가까스로 미술품이 손상되지는 않았다.

한국의 문화재청과 유사한 기관 ‘스코틀랜드 역사 환경(Historic Environment Scotland, HES)’은 관리하는 문화재의 기후위기 위험도를 모두 평가해 적응 계획까지 세워둔다. HES는 문화유산을 지키는 게 관광 자원,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공동체 정체성’의 일부도 지키는 일이라고 본다.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에든버러 성 내부는 경사가 매우 가팔라서 침수 시 방문객들의 위험이 크고, 빗물이 빠르게 흘러내려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강한들 기자

HES는 에든버러성 침수 이후 홍수로 어떤 손실과 피해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향후 있을 극단 기상 현상을 예측했다. 에든버러대학교 차영화 박사 등 연구진이 진행했던 ‘문화유산과 스코틀랜드 도심 회복력-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극한 강우 평가 방법론 설계’ 연구를 보면 당시 침수된 공간을 포함해, 도로포장용으로 쓰였던 자갈 등이 떠내려갔다. HES는 카펫을 교체하고, 제습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실내 예술품 등이 습기로 손상되지 않도록 6개월 이상 지켜봤다.

연구결과 여름·가을의 강우량 극값은 지금보다 최대 60%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에든버러 성이 ‘얹혀 있는’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의 풍화 문제도 부각됐다.

연구진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HES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대피 체계를 구축하고, 기상 재난 상황에 대한 대응·복구를 기록하기 위한 형식을 만들라고 제안했다. 차영화 에든버러대학 박사는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예방적 사업을 하려면 ‘수치’가 필요하다”라며 “손실과 피해를 측정하는 형식이 있어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차영화 에든버러 대학교 박사가 지난달 19일 에든버러성의 부족한 배수 인프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에든버러 성은 가파른 절벽 위에 지어져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지반 풍화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사진은 낙석방지를 위해 그물을 덧씌운 모습. 강한들 기자

이후 HES는 에든버러 성에 물막이벽을 설치하고, 물막이벽이 없는 곳에서 사용하기 위한 모래주머니 등 장비를 크라운광장 근처에 배치했다. 배수 시설 내부를 청소하고, 배수 용량 증설 등도 고려하고 있다.

HES는 2021년 첫 기후변화 적응 계획을 냈고, 내년쯤 새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수·고온·산불 등 재난의 직접적 영향과 이로 인한 정전 등 이차적 피해까지 고려한 잠재적 위험 요소를 분류했다. 이로 인한 문화재 폐쇄, 축제 연기, 직원 출근 지장 등 경제적 피해도 가려냈다. 야외 문화재에서 일하는 직원의 안전 등도 고려했다.

HES는 지난 3월 에든버러 구시가지, 신시가지의 기후 취약성 지수(CVI)를 산출해 발간했다. CVI는 문화유산 자체의 취약점과 지역사회의 적응 역량을 종합한 평가 방법이다. 보고서는 신호등처럼 녹색, 황색, 적색으로 나누어 좋음, 우려, 심각의 3단계로 나눠 평가를 진행했고, 개선 중인지, 현상 유지 중인지, 악화 중인지도 표현했다.

건물, 정원, 선박, 해안가 유적, 매장된 유적 등 유적 유형에 따라 배수 체계를 증설하고, 새로운 물막이벽을 만들고, 식생을 바꾸는 등 ‘저항’ 단계를 넘어, 기후변화를 ‘수용’하는 것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마리 데이비스 HES 기후변화 정책 매니저는 “특히 해수면 상승 등 이유로는 문화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때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라며 “최후의 수단으로는 주민 참여로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재청은 지난 7월 첫 ‘국가 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기후변화 피해 정보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위험을 예측·평가하고, 산불 등 재난과 흰개미 등 해충 대응을 강화할 것을 골자로 한다. 데이비스는 “‘관광 자원’으로서 기후 적응도 중요하지만, 문화유산은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라며 “공동체 정체성의 일부라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문화재청 격인 스코틀랜드 역사 환경(Historic Environment Scotland, HES)의 마리 데이비스 기후변화 정책 매니저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 [기후위기 적응 해외는, 지금] 기후 불안 겪는 ‘청소년’에 집중하는 영국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10031624001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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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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