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환경과 미래세대
"보이스피싱 전화인 줄 알았어요." 최근 필자의 회사에서 진행한 '대학생 영화제'에 참석한 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얼마 전 우리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개최했다. '친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상영관을 빌려 그들의 영화를 상영했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했다. 학생들의 전공은 인문학부터 경영, 그리고 공학까지 매우 다양했다. 학과는 달라도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득 품은 그들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필자의 회사가 영화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연락을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엉뚱한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학생 신분의 감독이었지만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회사는 처음이라 제안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록 아마추어 영화 제작자들이 만든 영화라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놀라웠다. '친환경'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선보인 영화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었다. 하나의 산도 남아 있지 않은 2100년의 지구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고, 지구에 나무가 모두 사라져 인간이 나무를 대체하는 새로운 상상을 담은 영화도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소품부터 연기자의 시선, 대사 한마디까지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 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는 미래 세대가 갖고 있는 환경에 관한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필자의 회사는 영화제를 비롯해 공모전, 서포터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 세대와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속가능한 사회, 우리가 소망하는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기 위해 같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공동창조(Co-Creation) 활동이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 및 대학생들과 캠페인을 지속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기성세대의 생각보다 환경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이것이 발전된다면 우리 사회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옛말에 '살아가면 고손자한테도 배운다'는 말이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고, 경험이 적다고,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어른들끼리 노심초사하는 것보다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이노베이션은 어디에서 생겨날지 모르는 일이다. 그들의 생각과 열정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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