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으로 한 개도 못 산다…'버거' 가격 줄줄이 올리더니
M&A 성사 소식은 '잠잠'
지난해부터 버거 시장 성장
프리미엄 브랜드 추가 등판
# 2만5000개(지난달 27일 기준). 올해 6월26일 한국에 상륙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한글 해시태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 수다. 아직 국내에 점포가 한 곳밖에 없지만 2만5000개가 넘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매장명인 '파이브가이즈강남', '파이브가이즈한국' 등의 연계 해시태그를 포함하면 게시물은 3만개에 육박한다.
올해 외식산업에서 가장 화제가 된 메뉴는 단연 햄버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인 버거 시장에 올해 신규 브랜드 등판으로 재차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형편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맥도날드, 맘스터치가 주인을 찾기 못하고 있는 데다 버거킹은 1년 넘게 표류하다 매각을 철회했다.
버거 인기 뜨거운데…M&A시장에서는 '표류'
3일 외식·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톱5 중 네곳이 매물로 나와 M&A가 성사된 곳은 KFC에 그쳤다.
매물로 나온 브랜드 대다수가 주인을 찾기 못하고 표류하는 분위기다. 1년여 동안 매각 작업을 진행하던 버거킹은 매각을 잠정 철회했다. 여기에 올해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로 유명한 GFFG 역시 수제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매물로 내놔 추가로 매물이 쌓였다.
당초 희망매각가격이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4월 동원그룹과의 M&A가 결렬됐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M&A 시도가 무산된 것. 동원산업은 올해 1월 예비입찰에 단독 참여한 후 실사와 세부 조건에 대해 맥도날드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가격에 대해 회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지난 7월 간담회에서 M&A에 대해 "단기 수익성이 목적인 일반적 매각과 다르다"며 "장기 관점에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버거브랜드 맘스터치 역시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지난해부터 여러 투자자와 매각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버거킹 역시 매각 작업이 1년을 넘어가는 와중에 냉담한 시장 반응에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매각을 철회했다. 프리미엄 버거 유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GFFG가 내놓은 '다운타우너'도 아직 뚜렷한 소식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 성장 속 브랜드 몸값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M&A 무산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KG그룹 역시 당초 희망 매각가보다 낮은 수준에 KFC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에도 성장한 韓 버거…매출 늘었지만 속사정은
버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외식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고성장세를 이어왔다. 배달과 간편한 한끼 식사란 장점에 돋보인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버거 전문점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5.7% 증가한 3조9875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추가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등판한 점, 배달 수요가 꾸준한 점에 비춰 올해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슈퍼두퍼(bhc), 고든램지 버거(진경산업), 파이브가이즈(에프지코리아) 등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강남대로에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1호점은 첫주 1만5000개를 판매해 글로벌 매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한 '2023년 상반기 외식업 배달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배달서비스가 해당 외식업에서 차지한 비중이 대부분의 외식업종은 줄었지만 버거(4.20%포인트)와 피자(2.38%포인트)는 상승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세와 달리 인건비와 원재료가 상승 등에 비춰 향후 실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례로 지난해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의 매출은 11.6% 증가한 7574억원을 거뒀으나 영업이익은 68.4% 급감한 79억원에 그쳤다. 한국맥도날드 매출은 14.6% 증가한 9946억원을 기록했으나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본사와의 가맹 조건 협상이 까다롭다는 점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물가 인상 속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을 올려 수요가 줄자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햄버거 브랜드는 지난해 두어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가격을 인상했다. 올 들어 맥도날드, 노브랜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맘스터치 등 주요 브랜드가 줄줄이 값을 올렸다. 그 결과, 단품 햄버거 한 개도 5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각사 대표 제품인 맥도날드의 빅맥 단품 가격이 5000원을, 버거킹 와퍼 가격도 7000원을 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1% 올라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5.3%)을 소폭 웃돌았다. 앞서 햄버거 물가는 주요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이 반영되며 지난 4월 17.1% 올라 2004년 7월(19%)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게 뛰기도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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