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후 통증에 … '추간공성형술'효과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10.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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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절개 없이 국소마취후
두꺼워진 황색·추간공인대
신경유착 긁어내 근본 치료
시술시간도 20분안팎 짧아
문동언원장, 키트 개발해 특허
치료 후 6개월간 추적조사
환자 78%"효과 매우 만족"
문동언 원장이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은 '추간공성형술 키트'로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심했던 박 모씨(58·남)는 이제 편안히 잘 걷는다. 지난해부터 500m만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저려 세 차례의 신경주사(신경차단)치료와 '신경성형술(유착박리술)'을 받았지만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근 통증이 심해져서 '풍선신경성형술' 치료를 추가로 받았다. 다리 저림과 당기는 증상은 다소 호전됐으나 여전히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최근 '추간공성형술'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통증이 거의 사라졌으며 이제 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신경성형술을 비롯해 각종 수술 후에도 계속되는 척추관협착증 통증에 추간공성형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특수키트를 옆구리 쪽 추간공으로 삽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를 긁어내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확보해주고, 신경의 유착을 뜯어냄과 동시에 관절 주위 뼈에 붙어 있는 흉터까지 뜯어내어 추간공과 척추관을 확장시키는 치료법이다.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지면 교감신경의 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되어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이 증가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된다. 결국 신경뿌리 염증이 치료되어 다리 통증이 줄고 저림과 시림도 개선되어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된다. 추간공성형술은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 원장(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이 개발해 특허 받은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이용한 시술로, 여러 대학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과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 저림과 통증을 일으킨다.

노화로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고 뼈돌기가 자란다. 척추 사이의 척추를 지지하는 황색인대도 두꺼워진다. 황색인대는 척추의 뒷부분 뼈인 후궁 사이에서 허리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너무 두꺼워지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막혀 척추관협착증이 된다.

협착증 초기에는 걸으면 다리가 저리며 아프지만 걷는 데 지장이 없다. 협착 정도가 심하고 협착증이 여러 부위로 늘어나면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없게 된다. 허리를 쭉 펴고 걸을 때보다 쇼핑카트를 밀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통증이 감소됨을 느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물리치료·운동치료 등을 시작한다. 통증이 심하고 보행에 장애가 있다면 신경주사치료를 한다. 신경주사치료는 스테로이드와 유착박리제를 신경 주위에 주사해 신경 부종(염증)을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뼈돌기가 튀어나오거나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협착증이 심해진 경우와 신경뿌리가 엉겨 붙어(유착) 있는 경우에 신경주사치료는 효과가 없다. 이런 경우는 꼬리뼈로 플라스틱 카테터(관)를 넣어 유착을 뜯어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신경뿌리 염증만 치료하는 신경주사치료와 달리 카테터의 탄력과 풍선을 이용해 직접 유착을 박리한 후 신경뿌리의 염증을 치료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나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막혀 있다면 이 방법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경유착을 뜯어낼 수는 있지만 두꺼워진 인대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척추관을 넓혀 주기 위해 뼈를 자르고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당뇨·심장병 등 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협착증 환자들이 수술 없이 치료하기 좋은 시술이 바로 추간공성형술이다.

추간공성형술은 끝이 구부러진 기구를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해 시술하므로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신경의 손상을 피하면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만을 골라 긁어낼 수 있다. 문 원장은 "이 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추간공 치료법과 달리 외측 협착증 외에 척추 중심관이 좁아진 중추성 협착증까지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기구의 직경이 2.6㎜로 매우 가늘어 피부 절개 없이 국소마취로만 시술이 가능하고, 시술 중 출혈이나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 시간은 20분 내외로 짧다"고 말했다.

추간공성형술로 치료 효과가 좋은 적응증 환자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받았으나 효과가 없는 분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매우 좁아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 카테터를 삽입하기 어렵거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 △척추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나 수술 후 재발한 분 △디스크 탈출이 크거나 디스크가 터져 흘러내려 신경압박이 심한 분△추간관절(후관절) 낭종(물혹) 환자 △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고령 환자나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분 등이다.

추간공성형술의 치료 성공률은 74.5%로 높다. 문 원장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척추관협착증(중추성과 외측 협착증)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이용한 치료 성적을 발표했다. 치료 후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74.5%(110명 중 82명)의 환자는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거나 보행 거리나 장애 지수가 좋아졌으며, 78.2%의 환자는 치료 효과에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시적인 통증과 저림 등의 부작용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새로 개발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사용한 연구 결과로 2021년 권위 있는 통증 관련 국제학술지(Pain Physician)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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