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으로 우울해지는 노년 '보청기'로 극복 [기고]

2023. 10. 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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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노화때문에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
대화 힘들어지면 소외감·우울 느껴
보청기 착용으로 청력관리 신경써야

이백(李白)의 시구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은 귀양에서 풀려난 이백이 추포(秋浦)에 와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쓴 글귀다.

하얗게 바래버린 머리가 삼천 장이나 길었음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말로, 가는 세월에 본인이 매우 늙어버렸음을 탄식했다. 가는 세월 그 누구도 잡을 수 없지만, 이백의 글귀처럼 이에 가장 아쉬워할 사람은 노인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노인은 우리의 본보기가 되는 존재로 지혜로운 자를 상징했으나, 최근에는 뒤처진 자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 발전과 스마트폰 출현 등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이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자식, 손자와 소통하려면 스마트폰을 쓸 줄 알아야 하는데, 복잡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는 부담스럽고 자꾸만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에 서글픔을 느끼는 노인이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화로 귀가 어두워지면 대화가 힘들어져 더욱 소외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진다.

노화로 나타나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고주파 음역대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인데, 어린아이나 여성 목소리 같은 높은 음의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많다. 노인의 소외감은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69세는 8.4%, 85세 이상은 24%가 우울 증상을 보였다. 몸에 노화가 진행되면 여러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는데, 난청이 생기면 사회적 활동에 소극적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에 노출될 수 있다. 사회적 고립감을 극복하려면 청력을 관리하고 다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이가 많고 청력이 나쁠수록 대화의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난청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난청으로 대화가 어려워지면 난청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도 힘들어진다. 난청은 서로 간에 오해, 괴리감 등을 야기해 난청인의 사회적 소외감을 악화한다.

노인 난청인을 돕기 위해서는 주변인의 태도가 중요하다. 난청인과 대화하기 어렵다고 그를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다거나, '그냥 쉬세요' '알아서 할게요' 등의 말을 한다면 노인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화로 느낄 수 있는 큰 두려움 중 하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잘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자신감 결여다. 안 그래도 난청으로 위축된 노인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의 자존감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에게 먼저 대화를 시도하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 등 사소한 배려를 한다면 난청으로 인한 소외감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 중 난청으로 소리를 잘 못 듣는 노인이 있다면 다시금 소리를 잘 듣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나이가 많아서, 몸이 약해서 그를 대신해 모든 것을 해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난청인 '스스로'가 소리를 잘 듣게끔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보청기 착용 등 꾸준한 청력 관리로 소리를 잘 듣는 연습을 하게끔 해야 한다. 난청인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청력 검사를 받은 후 보청기를 처방받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나에게 맞는 보청기를 구매해 매일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보청기 착용으로 남아 있는 청력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남겨질까 봐 불안해하는 노인이 많다. 난청으로 발생하는 외로움은 노인이 겪는 큰 서글픔 중 하나이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않지만 꾸준히 건강을 관리한다면 다시금 주체적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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