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치료 새길 연 '줄기세포'… 첨단 재생의학 활용 늘려야
무릎에 주사 하면 관절 통증 완화
거부반응·합병증 등 부작용 없어
핵심역할 하는 '중간엽줄기세포'
나이 들수록 골수서 추출 어려워
美·日 각국, 지방 세포배양 활용
연세사랑병원, 지방줄기세포 접목
관절염 치료·연골 재생효과 입증
규제 완화통해 치료 적극 활용을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지난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서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줄기세포는 '재생의학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로, 각종 질환에 활용할 수 있다. 난치병 치료부터 항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는 재생의료 및 유전자치료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3조8000억엔(약 38조원), 2030년 7조5000억엔(약 75조원), 2035년 10조엔(약 100조원), 2040년 12조엔(약 1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 가지로 나뉘는데, 현재 성체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자가골수, 제대혈, 자가지방 등 분화가 끝난 조직에 섞인 줄기세포를 분리해 사용한다. 성체줄기세포 가운데 줄기세포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주로 중간엽줄기세포다. 무릎관절염 줄기세포치료 역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다.
지난 7월 11일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은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주사제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인정해 줬지만 연골 재생 효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수 줄기세포치료는 10년 전 의술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요즘 중간엽줄기세포가 훨씬 많고 연골 재생효과가 좋은 지방줄기세포를 관절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지방줄기세포 개발자는 고타로 요시무라 전 일본 도쿄의대 성형외과 교수로 유방재건술에 처음 이용했고 지금도 대부분 성형 및 피부미용에서 활용되고 있다.
관절염에 지방줄기세포를 처음 접목한 의사는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으로,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자체 설립해 그동안 SCI(E)급 자가 지방줄기세포 관련 논문 24편을 발표하며 연골재생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세사랑병원은 '무릎관절염 줄기세포치료 메카(Mecca)'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각국에서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해 관절염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사치료밖에 못한다. 지방줄기세포로 연골재생을 입증한 논문은 연세사랑병원이 유일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주)미라셀이 채동식 국제성모병원 교수의 임상과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신청한 신의료기술 등재와 관련해 "골관절염의 골수줄기세포 주사는 무릎관절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을 개선하는 데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상은 ICRS(연골결손 국제표준 기준) 3~4등급, 또는 KL(켈그렌-로렌스 분류법) 2~3등급에 해당하는 무릎 관절염 환자이다. ICRS 3등급은 중간 규모 연골 손상 혹은 다량 손상, 4등급은 광범위한 연골 손상 혹은 연골 파괴를 의미한다.
줄기세포 주사로 통증이 완화되는 것은 중간엽줄기세포의 '인자분비능력' '직접분화능력'이라는 치료 원리 때문이다.
인자분비능력은 살아 있는 줄기세포가 좋은 인자를 품어내는 것을 말한다. 염증이 있으면 염증을 가라앉히고, 연골이 약해져 있으면 연골을 강하게 하는 좋은 인자를 분비한다. 이는 줄기세포의 좋은 단백질이 손상되고 염증이 있는 세포와 서로 작용해 염증을 완화하고 연골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의학적으로 줄기세포가 관절강에 주입돼 주변의 손상조직에 좋은 단백질을 뿜어내 조직을 재생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것은 '파라크라인 효과(paracrine effect·인자분비능력)'라고 한다. 특히 중간엽줄기세포는 인자분비능력이 뛰어나다.
직접분화능력은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 뼈, 지방이 분화되는 것을 말한다.
골수 줄기세포는 수면마취 후 골반에서 큰 주사기로 뽑아 채취한다. 그다음 15분 정도 농축한 뒤 그날 바로 무릎에 주사한다. 그러면 골수에 들어 있는 좋은 단핵세포, 즉 염증과 싸우거나 가라앉히는 세포가 무릎관절에 들어가는데, 중간엽줄기세포도 단핵세포와 뒤섞여 들어가 좋은 단백질을 뿜어내면서 염증을 가라앉힌다.
시술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환자의 장골능(고관절 상단 부위)에서 50㏄ 이상 골수를 채취한 뒤 골수농축 키트를 이용해 원심분리기로 골수에 있는 세포를 6~7배 농축한다. 농축한 골수흡인 농축물(BMAC)을 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주사기로 주입한다. 투입된 줄기세포나 혈소판, 그 밖에 농축된 세포가 관절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골수 채취, 농축 후 주사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되며 시술 후 다음 날 보행이 가능해 직장 복귀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굳이 입원을 안 해도 되고 연골손상면적 제한도 없다. 젊은 나이의 관절염 환자에게도 유용한 치료법이다.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본인의 줄기세포를 주입하기 때문에 신체 거부반응 등 합병증이 없으며 부작용도 낮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제대혈 줄기세포치료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도포하는 방식이다. 연골결손 면적이 2~9㎠인 경우에만 치료할 수 있으며 비용 부담도 크다. 수술 후 3~6주간 무릎의 체중 부하를 줄여야 한다. 제대혈 줄기세포치료는 태아의 태반에서 뽑은 제대혈을 배양해 무릎 퇴행성관절염, 닳은 연골 부위에 이식해 연골 재생을 돕는 치료법이다.
다만 골수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보다 중간엽줄기세포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중간엽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인자분비능력이 활성화돼 염증이 빨리 가라앉고 연골 재생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간엽줄기세포는 나이가 많을수록 수가 적다. 20대는 골수줄기세포를 뽑으면 1000개 중 1개를 중간엽줄기세포로 보면 된다. 60대 이상은 10만개 또는 100만개당 1개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뽑아야 된다. 그러나 지방은 나이든 사람, 특히 여성에게 많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 10~15개당 1개꼴로 있다. 자가지방에는 전체 세포 중 7~10%의 중간엽줄기세포가 있다. 골수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에 비해 중간엽줄기세포가 적어 염증 완화와 연골 분화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지방줄기세포도 관절염 치료로 허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일본에 가서 줄기세포치료를 하는 국내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배양한 자가지방줄기세포를 맞는다.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 등 미국 유명 병원도 복부 지방줄기세포를 채취해 관절염 환자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단순히 농축하고 분리하는 과정이 허가돼 있지만 세포 배양은 금지돼 있다. 세포 배양은 세포를 추출해 밖에서 영양분을 줘 1개를 100개, 1000개, 1만개로 키우는 것이다. 일본은 '줄기세포 활성화법'을 만들어 후생성에 신청한 줄기세포치료에 큰 하자가 없으면 허가를 내준다. 의사는 허가를 받으면 지정된 기관에서 자기가 원하는 지방 또는 골수를 배양해 곧바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계 요구를 받아들여 안전성만 인정되면 국가에서 지정해준 병원에서 배양된 줄기세포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최근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와 함께 줄기세포 배양까지 허용되면 대한민국이 첨단 재생의학을 선도하는 K의료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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