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도 주목한 'mRNA 합성 기술', 암 정복의 게임 체인저 될까?
전 세계를 '감염병의 범유행 시대'로 몰아넣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여 만에 종식을 선언할 수 있던 데는 '코로나19 백신'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백신 개발에 기여한 두 과학자에게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가 돌아간 배경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제123회 노벨 생리의학상'에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합성 기술을 개발한 헝가리 출신의 카탈린 카리코(68)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과 미국의 드루 와이스먼(64) 펜실베니아 대학 의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들은 바이러스 겉에 있는 단백질 정보를 담은 mRNA 정보를 일부 변형해 인체 세포에 넣어주면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mRNA가 어떻게 면역체계와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현대 인류 건강을 크게 위협한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mRNA 합성 기술이 향후 전 세계의 의학을 이끌 것이란 평가와 함께 이 기술이 암 정복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mRNA가 무엇이고, 이 기술의 상용화가 의미하는 의학적 가치는 뭘까?
mRNA는 사람의 몸속에서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생리활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우리 몸은 60조 개로 이뤄졌는데, 세표 내 기관인 핵이 이들 세포의 모든 활동을 조절한다. 이 핵에는 DNA 유전 정보를 각각 갖고 있는데, 이들 유전 정보를 해독해 세포질 속 단백질 제조 공장(리보솜)에 전달하는 RNA(리보핵산)의 한 종류가 바로 mRNA다. 한 마디로 mRNA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DNA로부터 받아, 리보솜에 전달하는 것이다. mRNA의 또 다른 이름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뜻(전령·傳令)의 '전령RNA'인 이유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배성만 교수는 "임상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 정보로 코딩한 mRNA를 인체의 세포 내로 넣으면 원하는 단백질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RNA는 몸 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분해돼 안전하다. 그뿐 아니라 DNA와 화학적인 구조가 달라 유전변형을 일으킬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애초 단백질을 만드는 것보다 제조가 쉽고 생산단가도 낮다. 하지만 mRNA 자체가 매우 불안정해 세포 속까지 운반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직접 주입하면 의도치 않게 과도한 면역반응과 염증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단점이 존재해 관련 기술 개발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mRNA 백신이란 개념이 이미 1980년대 고안됐지만, 산업화가 어려웠다.
카탈린 카티코과 드류 바이스만 연구팀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염기와 당이 결합한 화합물)를 이용한 mRNA 합성을 통해 선천 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이 증가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했다. 몸에 들어가도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하게 작동하는 mRNA 합성 기술을 처음 고안한 것. 배성만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된 건 이런 mRNA 변형 기술의 응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의 mRNA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특히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RNA 형태로 만들어놓은 백신이다. 백신을 통해 인체에 주입된 mRNA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면 우리 몸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형성한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mRNA백신은 기존 백신 제작에 드는 시간과 세포를 배양해 얻어야 하는 바이러스가 필요 없도록 해 시간·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언급했다. mRNA 기술은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뿐 아니라 '암 정복'이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예로 mRNA 백신 상용화로 코로나19 돌파구를 연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흑색종(피부암 일종) 환자를 대상으로 mRNA 기반 새 치료제에 대해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암 재발 위험을 44%나 낮췄다고 보고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흑색종에 효능이 좋은 '키트루다'보다 효능을 더 많아 주목받았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 바이오앤테크는 로슈와 손잡고 난치 암의 대표 격인 췌장암에 대한 백신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췌장암 환자 16명 가운데 T세포 면역반응이 일어난 환자군이 일어나지 않은 환자군보다 재발률이 훨씬 더 적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세훈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암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긍정적인 연구 결과들 덕분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mRNA를 활용한 암 백신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세훈 교수는 "이런 과정이 성공하면 전 세계 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며 "코로나19 때 경험했듯, 백신은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데, 암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으면 재발을 막을 뿐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단계에도 이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mRNA 암 백신은 개발 속도가 빨라 맞춤형 백신을 개발할 때 특히나 적합하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이세훈 교수는 "mRNA를 활용한 암 백신 개발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런 흐름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며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장이 우리 세대 안에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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