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도 치유해 달라” 노벨상 수상 의사, 민주콩고 대선 출마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도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68)가 콩고민주공화국 대선 후보로 나선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BBC에 따르면, 무퀘게 박사는 “내 유일한 동기는 우리나라를 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난 40년 간 국민을 위해 봉사한 나의 헌신을 이어가겠다”며 오는 12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와 안보가 최우선”이라며 추후 세부적인 정책을 밝히겠다고 했다.
무퀘게 박사는 1955년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부카부에서 태어났다. 목회자인 아버지와 함께 지역사회 병자들을 돌보며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옆나라 부룬디에서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며,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산부인과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이후 그는 1998년 고향으로 돌아와 판지 병원을 세웠다. 이곳에서 무퀘게 박사는 콩고 내전으로 성폭력을 당해 처참한 부상을 입은 여성들을 접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강간을 당한 후 그의 생식기와 허벅지에 총알이 발사됐다. 진짜 충격은 3개월 뒤에 찾아왔다. 45명의 여성들이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성폭력은 지역사회를 그들의 토지와 자원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전략’이 됐다”고 비판했다.
무퀘게 박사와 동료들은 지금까지 성폭력 생존자 5만명 이상을 치료하며 ‘기적의 의사’, ‘여성을 고치는 남성’이란 명성을 얻었다. 무퀘게 박사는 2012년 유엔 연설에서 당시 국제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을 전략으로 사용한 부당한 전쟁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그는 무장괴한의 표적이 돼 한때 가족들과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다.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반성폭력 활동을 벌인 공로로 그는 2008년 유엔 인권상을 받았고, 이듬해 ‘올해의 아프리카인’에 선정됐다. 이어 2018년에는 “전쟁과 무력분쟁의 무기로서 성폭력을 사용하는 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노력했다”는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질 당시에도 그는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무퀘게 박사는 “이 상은 전세계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인정해주는 의미가 있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오는 12월20일 대선을 앞두고 무퀘게 박사의 출마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지자들은 약 6만4000달러를 모금하며 그의 출마를 지원하고 나섰다. 한 지지자는 “많은 여성들을 치유했듯이 이 나라도 치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퀘게 박사는 펠릭스 치세케디 현 대통령과 맞붙을 전망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경제난을 비롯해 수많은 민병대의 세력 다툼으로 치안이 악화한 상황이다. BBC는 “무퀘게는 정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면서도 “그는 자신의 명성과 인도주의적 행동이 좋은 통치에 목마른 유권자들을 흔들기를 바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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