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퇴직 남편의 한숨.. 노후 준비는? 국민연금은?
요즘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절정기를 누리고 있다. 의사뿐만 아니라 약사, 수의사 등 '노령층'이 되어서도 근무할 수 있는 직종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이른 퇴직을 경험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 입학을 권하면서 관련 대학 입학은 좁은 문이 된 지 오래다. 90세, 100세 시대가 되면서 의사, 약사 면허는 30년 이상의 안정된 노후를 위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법적 정년 나이는 60세... 직장인 실제 퇴직은 49.4세
우리나라의 정년 퇴직 나이는 60세다. 현행법은 만 60세의 법적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공기업, 교수(만 65세 정년)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곤 60세까지 한 직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조금만 어려워도 40~50대를 대상으로 명예 퇴직을 유도한다. 기업 재정 상황이 괜찮아도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나이 든 회사원들의 명퇴를 압박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 갈 나이에 중년의 직장인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오래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는 나이는 평균 49.4세다. 법정 정년보다 10년이나 빠르다. 명예 퇴직 등으로 50세 전에 직장을 나오는 경우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일부 은행 등에서 명퇴금으로 3~4억을 지급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이는 극소수의 사례다. 대부분의 기업은 퇴직금에 약간의 돈을 얹어 명퇴를 유도하고 있다. 재취업을 하지 않는 한 남은 긴 세월을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특히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인 경우 가정 경제에 타격이 엄청나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걱정할 처지라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년 채운 사람들도... "계속 일하고 싶다" 79%
운 좋게 정년 퇴직한 사람들 가운데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비중이 7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8명은 은퇴를 미룬 채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년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44만여 명 가운데 79.0%인 35만 명이 "계속 일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정년을 채운 사람들도 이 정도인데 40~50대에 명퇴한 직장인들의 삶은 어떨까?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 가운데 재취업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이 이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1/3 이하를 감수하며 근근이 생활비를 벌고 있다. 저축은커녕 하루 하루 생활비를 대는 것도 버겁다. 일부 50대 명퇴자의 경우 국민연금 조기 수령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일찍 받으면 손해라는 것을 알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너무 부족... 손해 감수하고 국민연금 조기 수령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사람이 2년 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올해 말에 85만여 명, 2025년에는 107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으로 평생 받게 된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노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손을 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연금 수령 나이를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수급개시 나이는 현재 63세에서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높아지며, 여기에 2033년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늘리는 방식으로 2048년부터 68세까지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자고 제안했다. 물론 이는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할 순 없다. 그래도 실망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금 수령 기다리다 생활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단한 중년들... 퇴직 후에도 저임금 일자리 전전,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면 기금 고갈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55년으로 예견된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늦추려면 '더 내는' 보험료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조기 연금까지 손을 대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자녀들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도 은퇴자 상당수는 퇴직 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취업인구 중 37.1%는 자영업자나 무급 종사자, 27.8%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의 중년 세대들은 퇴직 후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50대, 60대 남편은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앞으로 30년 이상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노후 준비는 발등의 불이다. 국민연금을 받으면 오랜 기다림 끝에 단비를 만나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연금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꼬인 실타래 풀기처럼 어렵다. 노후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서 관계자들이 더욱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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