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신 경쟁’ 차단 위해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박채영 기자 2023. 10. 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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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수급 쏠림 우려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에 모여있는 시중은행 ATM. / 성동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어주지 않으면 지난해 말처럼 과도한 수신 경쟁이 나타나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은행채 발행이 늘면 채권 시장에 수급 쏠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긴축발작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도 다소 불안한 상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위축되자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왔다. 채권 시장이 위축된 중에 우량채로 꼽히는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면 회사채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에는 은행채 발행 자제를 권고했고, 12월에는 만기도래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만 허용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월별 만기도래액의 125%까지 은행채 발행한도를 확대했다. 6월에는 분기별 만기도래액 125%까지 발행한도를 확대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지난해 말 수신 경쟁을 벌이며 내놓았던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은행의 자금 수요가 늘자 발행 한도 일부 확대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말 은행들은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히자 수신을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은 당시 증가한 수신 규모를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채 발행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는 4조6800억원 순발행됐다. 은행채 발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월(9595억원 순발행)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순발행(3조7794억원)으로 돌아섰고, 9월에는 순발행 규모가 더 확대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LCR 규제비율을 높이지 않고 95%로 유지하기로 했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LCR 규제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은행들이 분기 말을 앞두고 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면서도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는 것은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은행채 발행 한도가 풀려 우량채로 취급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면 채권시장에 ‘수급 쏠림’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채의 분기별 발행 한도가 폐지돼 은행들이 연말까지 고유동성 자산을 급히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지면 은행채 발행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면서도 “발행 속도 조절에도 크레딧 채권 수요 위축으로 수급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 증가 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상반기 대비 발행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채 공급뿐만 아니라 크레딧 시장 전반의 수요 또한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시장금리 변동성이 높아졌다”며 “크레딧 채권에 대한 매수 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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