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줄임말 인정 않더니…슬그머니 바뀐 로고 ‘ㄱㅎ’ 의미는?

신민정 2023. 10.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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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뒤 당 로고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보수정당 로고에 푸른색이 들어가는 건 약 11년 반 만이다.

새 로고 제작을 총괄한 송상헌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은 한겨레에 "보다 트렌디하고 활용성이 높은 디자인을 통해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로고 변경에 대한 불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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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표의 뒤로 국민의힘 새 로고 ‘파일럿 버전’이 보인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뒤 당 로고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보수정당 로고에 푸른색이 들어가는 건 약 11년 반 만이다. 새 로고를 통해 혁신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인데,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중요한 결정인데 의원들의 총의도 모으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ㄱㅁ’에서 ‘ㄱㅎ’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하고 있다. 김 대표 뒤에는 기존 로고. 연합뉴스

국민의힘 새 로고는 ‘ㄱ’과 ‘ㅎ’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빨간색, 파란색을 함께 사용한다. 기존 로고는 ‘ㄱ’, ‘ㅁ’을 본뜬 붉은색 로고다. 2020년 9월 국민의힘이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변경할 때 함께 만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존 로고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고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당 일부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새 로고 제작을 총괄한 송상헌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은 한겨레에 “보다 트렌디하고 활용성이 높은 디자인을 통해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부터 새 로고를 회의실 걸개(백드롭)와 일부 현수막에 사용 중이다. 당은 추석 연휴 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로고를 확정할 예정이다.

■ 당명 두고 로고만 바꾼 사례는 드물어

당명을 그대로 둔 채 로고만 바꾼 사례는 드문 편이다. 정당들은 통상 당명과 로고를 함께 바꿨다.

바뀌기 전 한나라당 로고(왼쪽)와 바뀐 뒤 한나라당 로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한 차례 로고를 바꾼 적이 있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한나라당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라 불렸던 16대 대선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둘러싼 당내 분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을 극복하려 로고 변경을 단행했다.

기존 남색 배경을 하늘색으로 바꾸고, 흰색과 붉은색으로 ‘ㅎ’을 형상화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패했지만 4대 지방선거, 17대 대통령 선거, 18대 총선 등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이후 보수정당의 상징과 같았던 푸른색은 2012년 2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사라졌다.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보좌진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 사이버테러를 벌인 사건을 계기로 당명을 바꾸면서, 상징색과 로고를 붉은색으로 변경한 것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로고

이후 붉은색 로고는 당명이 새누리당→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으로 바뀌는 동안 변함없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로고 변경을 확정하면 약 11년 반 만에 푸른색이 들어간 로고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 “‘국힘’도 안 쓰면서…‘기현’ ‘건희’냐” 농담도

다만 당내에선 로고 변경에 대한 불만이 있다. 당의 상징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임에도, 소속 의원들과 상의도 거치지 않고 새 로고가 ‘슬며시’ 회의실 걸개, 국회의사당 앞 현수막 등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파일럿 버전’이라고 해도, 의원들과 논의도 없이 바뀐 로고를 회의실 걸개와 현수막에 사용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힘’이란 줄임말을 인정하지 않는 당에서 ‘ㄱㅎ’로고를 사용하는 게 김기현 당 대표나 김건희 여사를 연상케한다는 ‘뼈 있는 농담’도 나온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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