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내 자리’라는 단어는 없다” 배지환 2024년 키워드는 ‘경쟁’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10.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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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클럽하우스는 마치 방학식날 교실처럼 어수선했다. 선수들은 자기 라커마다 놓인 박스에 짐을 싸고 있었다.

배지환의 라커앞에도 커다란 박스가 놓여 있었다. 하나둘씩 짐을 정리하던 그는 기자를 보더니 “힘드네요”라며 162경기 마라톤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배지환은 이번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231 출루율 0.296 장타율 0.311 2홈런 32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배지환에게 2023년은 성장하는 해였다. 2024년은 경쟁하는 해가 될 것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전반적으로 타구의 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평균 타구 속도 88.1마일로 백분위 25%, 정타 비율 2%로 백분위 2%, 강한 타구 비율(36.8%) 25%, 삼진 비율 24.8%로 32%, 볼넷 8.1%로 44%였다.

대신 다른 곳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루 하나는 리그 정상급이었다. 스프린트 속도 백분위 97% 기록했다. 수비도 OAA(Out Avobe Average) 백분위 55%, 팔힘 69%로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 능력 보여줬다. 어처구니없는 실책도 있었지만, 동시에 스포츠뉴스 하이라이트에 나올만한 수비도 보여줬다.

그는 “성숙하지 못한 플레이를 많이 했다. 다친 것도 아쉽다. 1년 내내 빅리그에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것말고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처음으로 풀타임 빅리거로 뛴 그의 2023시즌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타석에서, 수비에서, 주루에서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된 부분도 있었다. 전반기 그는 239타석에서 58개의 삼진(24.3%)과 18개의 볼넷(7.5%)을 기록했고 후반기에는 132타석에서 34개의 삼진(25.8%)과 12개의 볼넷(9.1%)을 기록했다. 삼진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지만, 동시에 볼넷 비율도 높아졌다.

수비도 안정을 되찾았다. 6월 20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까지 65경기에서 9개의 수비 실책을 기록했던 그는 이후 남은 시즌 단 한 개의 실책만 기록했다.

같은 팀에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축복이었다. 특히 앤드류 맥커친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배지환은 맥커친을 ‘코치보다 더 코치같은 존재’라 칭했다.

“처음에 내가 좀 많이 귀찮게했다. 배우고 싶어서 그랬다. 중견수 수비는 낯설고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는데 의지를 느꼈는지 나중에는 먼저 와서 타격이나 주루에 대해 알려줬다. 끝내기 홈런 치고 덩크 세리머니할 때는 자기 신인 시절이 생각난다고 얘기해주기도 했다. 여기에 (강)정호형을 같이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 시작부터 스스럼없이 지냈다.”

맥커친도 앞서 ‘피츠버그 트립 라이브’와 가진 인터뷰에서 “배지환은 아주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스피드를 이용해 출루하고 도루하며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이는 팀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며 배지환에 대해 호평했었다.

배지환이 맥커친이라는 멘토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2023년이 성장하는 해였다면, 2024년은 경쟁하는 해다.

피츠버그는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보다 14승이 많은 76승을 거뒀다. 정상급 유망주인 헨리 데이비스와 엔디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많은 젊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가능성을 보여줬다. 데릭 쉘튼 감독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이 젊은 선수들이 경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견수보다는 2루 자리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피츠버그는 이번 시즌 여덟 명의 2루수를 기용했고, 이중 배지환을 포함한 여섯 명은 내년에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배지환은 “계약하기전까지는 경쟁의 반복”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 내 자리라는 단어는 없는 거 같다”며 경쟁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특별한 ‘비책’은 없다. 그는 “숫자로나 경기력으로나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얘가 성장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줘야한다. 내년은 이제 루키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 해가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오프시즌은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시즌 도중 그를 괴롭힌 발목 상태를 보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발목 부상 전문의를 찾아가 검진을 받아볼 예정이다.

“재활을 할지, 수술을 할지, 아니면 그냥 놔둘지를 보고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수술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고 들었다. 만약 수술을 받는다면 종류에 따라 재활 기간도 달라질 것이다.”

그다음에는 대륙 반대편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오프시즌 훈련을 위한 사전 답사를 진행한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전 피츠버그 선배인 강정호, 그리고 롯데 출신인 허일 코치와 함께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두 분에게 도움을 받아서 타격 연습을 하려고 한다. 그분들과 잘 맞아서 가는 것도 있지만, (강)정호형이 메이저리그에서 레그킥으로 성공했다보니 궁금한 것도 많다. 가서 한 번 배워보려고 한다.”

이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1월초에는 결혼식을 올리며 인생의 동반자를 맞이할 예정이다.

선수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더 성장하고 성숙하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이 경험들은 그가 2024년 험난한 경쟁의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데 필요한 피와 살이 될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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