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유망주, 스마트팜]③ ‘재배+가공+상품’ 3종 세트로 중동 두드리는 ‘우듬지팜’

윤희훈 기자 2023. 10.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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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채소 재배할 새 스마트팜 공사 한창
빛·온도·영양까지 ‘원샷’ 관리 시스템 구축
사우디·UAE·베트남·우즈벡 등 해외 진출 협의 활발
사우디와는 450억원 규모 ‘재배·가공·생산’ 패키지 진출 MOU 체결
9월 22일 충남 부여의 스마트팜 전문기업 우듬지팜에서 실내온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윤희훈 기자

“드르르륵.” 지난 9월 22일 충남 부여에 소재한 스마트팜 전문기업 우듬지팜에선 새 유리온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약 2만6000㎡(8000평) 규모의 유리온실 뼈대를 세우는 작업 중이었다. 공사를 마친 후, 이 온실에선 로메인, 버터헤드 등의 ‘유러피언 채소’를 재배할 예정이다. 수경 재배 방식과 무빙 거터 시스템(재배통이 움직이며 수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장치)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엽채류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서상교 우듬지팜 재무이사가 설명했다.

유리온실의 측면 유리는 평소 보던 유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천장의 유리는 조금은 달랐다. 흐릿하게 반투명한 느낌의 천장 유리는 ‘산란광 유리’였다. 빛 투과율은 97%로 높으면서, 실내에 빛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서 이사는 설명했다.

그는 “일반 유리는 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그대로 뻗게 된다. 이렇게 빛이 들어오면 빛이 잘들어오는 곳과 안들어오는 곳에 있는 식물의 성장 속도가 차이가 나게 된다”면서 “산란광 유리는 빛을 분산시켜주기 때문에 모든 식물에게 광량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다. 그림자도 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호연 우듬지팜 회장이 9월 22일 스마트팜에서 토마토가 자라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최첨단 ICT 기술 집약된 ‘반밀폐 유리온실’

공사 중인 실내온실 바로 밖에는 식물의 줄기와 뿌리가 보였다. 줄기와 뿌리를 모아 담은 포대도 있었다. 폐식물 처리장이었다. 줄기형 식물인 토마토는 위를 향해 계속 자란다.

우듬지팜에서는 천장에 줄을 달아, 토마토가 줄을 타고 올라가게 한 다음 줄을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장기간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5m 천장 높이로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자라면 해당 식물은 제거하고 새 모종을 심는다. 이렇게 걷은 토마토 줄기와 뿌리는 폐식물처리장에서 즙을 다 짜낸 뒤, 건조한 뒤 폐기한다. 폐식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서 이사는 설명했다.

실제 토마토를 재배하는 온실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우듬지팜은 부여에 실내온실 3동을 운영 중이다. 3동의 총 면적은 2만6000평에 달한다. 주요 작물은 ‘토망고’라고 부르는 ‘스테비아 토마토’이다. 예전에는 파프리카 등도 재배했으나, 고부가가치 상품인 ‘토망고’에 집중하는 중이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수용성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가공처리한 토마토로,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우듬지팜은 스테비아 가공 처리와 관련한 특허를 3건 보유하고 있다.

토마토 모종은 흙이 아닌 비료포대 같은 곳에 심긴다. ‘배지’라고 불리는 이 포대 속에는 코코넛 열매와 줄기, 가지 등에서 기름을 짜고 난 뒤 추출한 섬유질이 들어 있다. 보습력과 통풍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소금기(염류)가 많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해당 온실에선 모종을 심기 전 염류를 씻어내는 포수(물을 흘려보냄)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실내온실은 농업 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집약체였다. 우듬지팜의 창업주인 김호연 회장은 20여년간의 농사 경험을 토대로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실내온실에 구현했다. 온·습도 관리는 삼중 스크린과 이중공조 시스템이 맡는다.

내부 온도는 수랭식과 공랭식이 결합한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땅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냉각기를 통해 온도를 더 낮춘다. 이 물을 에어필터처럼 생긴 ‘팬앤패드’에 넣으면 물이 흐르면서 증발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용해 내부 온도를 떨어트리는 구조다. 여기에 공기열 히트펌프를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비용과 시설 유지비용을 절감했다. 우듬지팜은 이러한 기술을 총망라한 ‘스마트팜 반밀폐 온실’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서 이사는 “여름에는 유리온실 내부 온도가 37도에서 50도까지 오른다”면서 “팬앤패드 등 고효율 냉난방설비를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도 내부 온도를 18~20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실외기를 닮은 이 장비는 공기열을 열원으로 사용해 냉난방 및 급탕을 할 수 있는 '공기열 히트펌프'이다. /윤희훈 기자

식물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장비도 구축돼 있다. 우선 빛은 자연광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보광등을 설치한 ‘하이브리드 광원 시스템’을 구비했다. 천장 외부에는 모래나 먼지가 산란광 유리에 쌓여 빛 투과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청소용 로봇’까지 설치했다. 영양분은 양액 자동 공급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공급한다.

이 같은 모든 상황은 중앙 관제 센터에서 모니터링 및 통제가 가능하다. 일과 후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시스템 접근이 가능하다.

서 이사는 “ICT기술이 적용된 반밀폐 유리온실은 혹서기와 혹한기까지 사계절 내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수익성 또한 일반 온실 대비 뛰어나다”면서 “재배 환경 통제를 기반으로 수확량 예측이 가능한 만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우듬지팜의 사업부문은 크게 2개로 나뉜다. 하나는 실내온실 설계·시공 및 재배 생산과 관련한 스마트팜 사업, 다른 하나는 수확한 토마토를 가공해 유통하는 ‘가공·유통’ 부문이다. 2019년 총 매출 11억원 중 29.8%를 차지하던 가공유통 부문 매출은 2022년 총 매출 449억원 중 80.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해외 주요국과 스마트팜 수출 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스마트팜 관련 실적도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우듬지팜은 올해에만 UAE의 엘리트아그로(1월 16일), 베트남 링먼(4월 20일), 우즈베키스탄 자민그린월드(6월 2일), UAE RBK홀딩스(6월 13일), 베트남 바이오웨이(6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바디아·금융조정센터(9월 11일) 등과 스마트팜 수출 MOU를 체결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MOU는 총 규모가 3420만달러(한화 450억원)에 달한다. 해당 계약은 우듬지팜이 현지에 스마트팜을 세우고, 여기서 생산한 토마토를 가공해 현지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서상교 우듬지팜 재무이사가 9월 22일 스마트팜의 액비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수출 잠재력 큰 스마트팜… “낭만적 접근은 금물”

스마트팜 도입 단계에서의 계획 수립, 설계 및 디자인 컨설팅부터 현지 환경에 적합한 장비 및 자재 공급, 시공관리까지 스마트팜 설계·시공·운영에 대한 토탈 패키지 지원이 가능한 우듬지팜의 능력을 해외에서 알아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와의 사업은 ‘토망고’를 현지에 수출해달라는 데서 시작했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사우디로 수출하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가공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가공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현지 실사 과정에서 중동지역 토마토가 스테비아 가공 처리를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아예 스마트팜을 지어 원재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MOU를 체결하게 됐다.” 김호연 회장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스마트팜 수출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라, 식품 수출을 협의하다 논의가 스마트팜을 짓는 것까지 확장됐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자원 부국인 중동이 스마트팜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낭만적으로만 접근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는 모두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낮에는 시원하게, 밤에는 따뜻하게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식물을 재배해서 거둘 수 있는 수익보다 크다면 사업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랍인들은 DNA 자체가 상인이다. 이해타산에 밝고, 자신들이 손해볼 짓은 하지 않는다”라며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하나하나 돌다리를 두들겨보면서 진행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우듬지팜 스마트팜. /우듬지팜 제공

우듬지팜은 초고가 향신료인 샤프란과 바닐라, 의료용 대마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가 어려운 고가 작물을 최적의 생장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팜에서 재배할 경우, 생산성이 20배 이상 늘어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회장은 말했다.

그는 “농업의 가치 사슬을 보면, 하나의 작물을 재배하면 농사를 잘 짓기 위한 설비 건설이 들어간다”며 “농자재 등 기계가 붙고, 생산과 유통도 따라간다. 신품종 개발을 위해선 바이오 분야 투자가 필요하다. 데이터 관리도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팜 수출에는 이러한 가치 사슬이 연계된다”며 “우듬지팜의 도전이 우듬지팜만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고, 지식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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