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봉화 닭실마을서 피어오른 고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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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경북 봉화군 닭실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닭실마을은 조선시대 학자인 충재 권벌이 기묘사화 때 내려와 세운 마을로 안동 권씨 집성촌이 됐다.
추석은 누구에게는 대목이지만 추수를 앞둔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아담한 기와집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 뒤 소나무 숲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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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경북 봉화군 닭실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새벽안개가 가득한 논에는 벼 알곡마다 이슬이 맺혀 가뜩이나 고개를 숙인 벼가 축 늘어졌다. 닭실마을은 조선시대 학자인 충재 권벌이 기묘사화 때 내려와 세운 마을로 안동 권씨 집성촌이 됐다. 지금도 약 200여 가구가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어 정감 어린 풍경이 가득하다.

추석은 누구에게는 대목이지만 추수를 앞둔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불청객의 방문에 주민들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마을길을 걷다 보니 보기 힘든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담한 기와집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 뒤 소나무 숲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어릴 적 고향마을에 적막한 밤을 깨우는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혹시라도 곤히 잠든 아이들이 깰까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부엌으로 나서곤 했다. 벽을 더듬어 백열등 불을 켜고, 전날 대나무 갈고리로 끌어 모은 솔잎에 불씨를 붙이고, 쌓아둔 나뭇가지를 똑똑 끊어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폈다. 이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얼마 후 가마솥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밥 익는 냄새는 매캐한 부엌을 넘어 온 집 안을 감쌌다. 마침내 차려진 어머니의 밥상은 쌀보다 보리가 많았고, 산과 들에서 뜯어온 푸성귀가 전부였지만 그 정성과 따뜻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은 길었던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긴 휴식을 끝내고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상경을 준비하지만 고향을 지키는 부모님에게는 짧은 만남이 아쉬울 뿐이다. 무엇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모아 두었던 귀한 것들을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부모님의 사랑, 그것들을 한 아름 안고 돌아서는 자식들의 마음도 풍성했으면….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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