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흔드는 공화 강경파 10% ‘프리덤 코커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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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셧다운은 넘겼지만
우크라 예산 통째로 삭감
하원의장 불신임안 추진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공무원 급여 지급 등 업무 일시 중단) 위기가 시한(1일 0시) 하루전 의회의 임시 예산안 가결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해 후유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임시 예산안은 유효 기간이 45일에 불과한 ‘땜질 예산안’에 불과하다. 더구나 애초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했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액 240억달러(약 32조4730억원)가 통째로 빠져, 향후 우크라이나 원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공화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 같은 ‘땜질 예산안’이 만들어진 것은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로 대표되는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프리덤 코커스는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안 처리 과정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 공화당 당내 레이스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프리덤 코커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리덤 코커스는 지난 2015년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 ‘티파티’ 출신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의원 모임이다. 세금 감면, 불법 이민 강경 대응, 작은 정부 등 기존 보수 세력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이념 지형으로 가장 ‘우클릭’해 있는 정치 세력으로 평가받으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 온건·주류 세력과도 여러 차례 불협화음을 냈다. 이들은 소속 의원 숫자를 공표하고 있지 않지만 최소 2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수적으로 보면 이들은 공화당 의원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원에서 공화당(221석)과 민주당(212석)의 의석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단행동으로 미 정치권을 혼돈으로 몰고 갔다.

올해 1월에는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무려 15차례까지 가는 표결 끝에야 가까스로 하원 의장에 선출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매카시가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에 맞설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이 집단 반란 표를 던지면서 벌어졌던 상황이다.

앞서 2015년에도 이들은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구제 정책을 비판하며 집단 반대 표결에 나서 셧다운 위기가 불거졌다. 당시 존 베이너 전 하원 의장이 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협상하다 프리덤 코커스의 압박을 받아 의장직을 사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들 대부분이 친(親)트럼프 성향이라는 점에서 “공화당 전체가 소수 극단 트럼프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멤버였던 스콧 페리(펜실베이니아) 의원이 현재 프리덤 코커스 의장을 맡고 있다. 당내에서도 강성으로 평가받는 앤디 빅스(애리조나), 맷 게이츠(플로리다) 등이 회원으로 있다.

프리덤 코커스는 민주·공화 다수 의원의 초당적 협력으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자 “공화당 소속 하원 의장이 민주당과 야합했다”며 매카시를 축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게이츠 의원은 1일 CNN 인터뷰에서 “이번 주 (매카시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불신임안에 하원의 과반이 찬성할 경우 의장은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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