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가 직접 노인 재산 관리해준다…공공신탁제 도입 추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을 기록하는 가운데 고령층 노후 안전망을 관리하지 않으면 기초연금 비용 증가 등 사회 전체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일 조달청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고령자의 공공신탁 사업모델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사업 추진전략을 살피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고령자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돌봄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신탁 제도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고령자 공공신탁 제도는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재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로써 재산 관리를 대신하는 제도다.
통상 정부에 재산을 맡긴 고령층(위탁자)은 빚을 지더라도 신탁이 설정된 재산에 한해서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나설 수 없다. 또 위탁자가 치매 등으로 재산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사망해도 당초 설계한대로 재산관리가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현재 공공신탁제도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올해 말까지 120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이같은 공공신탁 대상을 고령층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잠재적으로 신탁 대상이 될 수 있는 65세 이상 인구는 535만1550명(8월 기준)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됐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들어가는데 11년이 걸린 일본이나 15년이 걸린 미국에 비해서도 훨씬 빠른 속도다.
노인 빈곤율이 심화하며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인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 중 경제활동인구는 작년 기준 336만5000명으로 전체의 37.3%에 달한다. 2000년 100만4000명(29.6%)에서 비중과 수치 모두 늘어났다.
2021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미치는 노인 빈곤율은 37.6%에 달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13.1%)의 3배 가까운 수준이자 미국(23%), 일본(20%), 영국(15.5%), 독일(9.1%) 등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심한 노인 빈곤률이 사회적 부담을 키울 우려도 적지 않다. 재산관리 부실로 인한 노후자금 고갈이 곧 공적연금과 기타 사회보장급여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은 16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현 제도 하에서 기초연금 투입비용은 2030년 40조원, 2040년엔 78조원으로 불어난뒤 2065년엔 217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추계한 바 있다. 공단은 “다양한 요인을 통해 (고령자의) 재산손실이 초래되고 이는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이 아닌 민간이나 친족에 의한 재산관리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국보다 앞서 2000년에 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친족후견인이 재산을 횡령하는등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돼 후견제도지원신탁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요양원등 노인복지시설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입소노인의 통장을 관리하는 관례가 여전해 경제적 학대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령자 대상 공공신탁제도를 정부차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특별수요신탁회사라는 비영리법인을 통해 신탁 업무를 벌이고 있는데 위탁자 맞춤형 돌봄계획을 세우고 치료비, 돌봄비용 등 지출 비용을 산정한다. 이후 법인은 위탁자가 치료를 받거나 돌봄서비스를 받는 등 지출이 있을 때
공공수탁자청을 통해 비용을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탁비용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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