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의 금메달을 합작한 신유빈과 전지희 “파리에서 한 번 더!”
띠동갑 언니와 동생은 서로에게 메달을 걸어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만리장성의 벽에 가로막히면서 꿈으로만 여겼던 금메달이다.
신유빈(19·대한항공)은 “우리 집에 금메달이 생겼어요”라고 말했고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는 “제가 파트너 복이 있어요”라고 화답했다. 한국 탁구가 자랑하는 두 선수가 꼭대기에 오른 소감이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궁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북한의 차수영과 박수경을 상대로 4-0(11-6 11-4)으로 승리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남·녀 복식(남자 이철승-유승민·여자 석은미-이은실)에 이어 21년 만의 일이다.
이번 대회 남북의 결승에서 첫 맞대결이자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첫 금메달 다툼에서 나온 쾌거라 더욱 주목받았다.
신유빈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게임 첫 결승에 올라간 것이 너무 신기했다”며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신유빈의 헌사는 언니의 눈가를 붉히게 만들었다.
2011년 귀화해 한국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전지희에게 이번 금메달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있었다. 당시를 떠올린 전지희는 “유빈이와 저만 알 수 있는 감정이라 표현이 어렵다. 애정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게 정말 잘한 것 같다. 유빈이를 만난 것도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신유빈도 눈물이 쏟아진 것은 똑같았다. 21년 전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따냈던 석은미 코치의 눈물이 미친 영향이었다. 신유빈은 “코치님이 너무 우시니까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항저우에서 놀라운 성과를 낸 두 선수는 이제 내년 파리올림픽을 바라본다. 아직 국가대표 경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금빛 상승세가 큰 자신감을 안긴 것은 분명하다.
전지희는 “유빈이랑 같이 한 번 더 나가고 싶고,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고, 신유빈은 “출전할 수 있다면 후회없이 경기를 뛸 수 있도록 착실하게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항저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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