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코로나 백신 개발 주역' 노벨상 수상에···의료계 "받을만 했다"

안경진 기자 2023. 10. 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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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mRNA 기술 주목···30여 년만에 결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결정적 기여 공로 인정 받아
국내에서도 항암백신 개발에 mRNA 접목···암극복 도전
2023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카탈린 카리코(왼쪽)와 드루 와이스먼. 사진 제공=노벨위원회
[서울경제]

메신저리보핵산(mRNA·messenger 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 2명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의료계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mRNA 기술에 관해 수십년간 이어져 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고, 향후 감염병을 넘어 암과 같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만큼 "충분히 받을 만 했다"는 평가다.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각)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독일 바이온텍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시기 전 세계 최초로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연구의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 받는다.

◇ 30년 넘게 이어져 온 mRNA 연구···변형 기술 응용해 팬데믹 극복 기여

백신은 인체가 질병에 감염되기 전 병원체를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인류는 전통적인 백신에 비해 안전하고 생산하기 쉬운 mRNA를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30년 넘게 공을 들여 왔다. 1987년 말 캘리포니아 솔크생물학연구소의 대학원생인 로버트말론이 일종의 분자 스튜(molecular stew)를 만들기 위해 mRNA 가닥과 지방 방울을 혼합하는 실험을 수행했던 게 시발점이다. 말론이 유전 스튜에 잠긴 인간세포가 mRNA를 흡수하고, 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하면서 mRNA 기반 백신 개발을 향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mRNA는 DNA로부터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유전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이 생산되는 원리다. 임상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정보로 코딩된 mRNA가 인체의 세포 내로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이 생성될 수 있다.

mRNA 백신 개발의 역사. 사진 제공=한국바이오협회·네이처 브리핑 재구성

이후 30여 년간 과학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mRNA는 약물이나 백신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불안정하고 비쌌다. 의도치 않게 강한 선천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임상적으로 응용하기에 어려움을 불러 일으켰던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 말까지 감염병 분야에서 15개의 mRNA 백신후보가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최종 단계인 3상임상 시험에 진입한 후보는 전무했을 정도다. 당시 mRNA 백신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으려면 최소 5~6년이 걸릴 것이라 여겨졌는데,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쳤다. 그로부터 1년이 채 되기도 전인 2020년 12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미나티(BNT162b2)'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을 받았다. mRNA 기반 약물이 인간에게 사용하도록 승인된 첫 사례다. 일주일 뒤 모더나의 '스파이크박스(mRNA-1273)'도 미국에서 사용이 승인됐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카탈린 카티코와 드류 바이스만 연구팀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nucleoside)를 이용해 mRNA를 합성함으로써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이 증가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mRNA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mRNA 변형 기술의 응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mRNA 기술 장점 확인···감염병 넘어 암 극복 도전 이어져

이론상 m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장점들을 갖는다. 우선 일부 바이러스 백신과 달리, 게놈에 통합되지 않아 삽입 돌연변이 유발(insertional mutagenesis)에 대한 우려가 없다. 또한 무세포 방식으로 제조될 수 있어 신속하면서도 확장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 효과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5리터 바이오리액터에서 단일 반응으로 mRNA 백신을 100만 도즈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의 mRNA 백신이 여러 개의 항원을 인코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고, 단일 제제로 여러 미생물 또는 바이러스 변이체를 표적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mRNA 기술은 인플루엔자, 지카, HIV 등 다양한 감염병 뿐 아니라 암 극복이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mRNA 기반의 항암신약을 개발 중이다. 모더나는 3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mRNA 기반 항암제가 흑색종 환자의 암재발 위험을 44% 낮췄다는 임상 결과를 보고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흑색종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다. 화이자와 함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던 바이오엔텍은 로슈와 손잡고 난치암의 대표격인 췌장암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mRNA 기반 항암백신을 투여받았던 16명의 환자 중 T세포면역반응이 일어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재발이 훨씬 적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mRNA를 활용한 암백신 개발에 뛰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한다면 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때 경험했듯이 백신은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데, 암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면 재발을 막을 뿐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단계에도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mRNA 기술을 활용해 암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최정균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올해 네이처 제네틱스에 항암백신 개발의 난제로 꼽히는 면역 반응성이 있는 신생항원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구축하고, 항암 반응성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항원을 골라내는 과정을 돕는다. mRNA백신이 암세포를 향해 정확한 타겟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셈이다. 암백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연구로도 기대된다. 이 교수는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는 mRNA 기술의 장점을 고려할 때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하는 데 적합하다"며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장이 우리 세대 안에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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