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현장]'세리머니 요정'신유빈의 금빛 손짓, 냉랭하던 北 선수들도 움직였다

김가을 2023. 10. 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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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대한항공)의 손짓에 북한 선수들도 발걸음을 옮겼다.

신유빈은 기념촬영 과정에서 북한 선수들을 향해 '올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바로 그 순간 신유빈이 북한 선수들을 향해 손짓했다.

북한 선수들은 신유빈의 손짓에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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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신유빈(대한항공)의 손짓에 북한 선수들도 발걸음을 옮겼다. 금메달만큼 빛난 신유빈의 매너였다.

신유빈-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1위)는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와의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게임스코어 4대1(11-6, 11-4, 10-12, 12-10, 11-3)로 제압했다. 이로써 신유빈과 전지희는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복식의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의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21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남북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에서 한국과 북한이 붙은 것은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북한을 압도했다. 북한은 몸이 언 듯 황당한 실책까지 범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베일에 쌓였던 차수영-박수경을 잡고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작성했다.

신유빈은 포디움에 오르며 '승자의 품격'을 선사했다. 그는 시상대로 가는 길 동메달, 은메달을 딴 선수들과 손을 마주쳤다. 북한 선수들도 신유빈 전지희의 하이파이브에 수줍게 응했다.

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장면에서 나왔다. 신유빈은 기념촬영 과정에서 북한 선수들을 향해 '올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당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신유빈 전지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반면, 북한 선수들은 멀찍이 떨어져 뚱하게 서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신유빈이 북한 선수들을 향해 손짓했다. 북한 선수들은 신유빈의 손짓에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신유빈 전지희는 북한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5년여 만에 국제 종합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2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치러진 도쿄올림픽 때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방적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자격정지가 해제됐다. 이후 북한은 조금씩 종목별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사진제공 대한탁구협회

이번 대회에선 심심치 않게 남북대결을 볼 수 있었다. 여자농구, 여자축구 등에서 격돌한 바 있다. 하지만 늘 냉랭한 바람만 불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신유빈의 손짓 하나가 '평화의 핑퐁'을 만들어냈다.

경기 뒤 신유빈은 "앞에서 같이 (사진) 찍으라고 하셔서…의미 없어요(웃음). 저는 선수촌에서부터 세리머니 생각해야지 계속 생각했다. 세리머니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해보겠어요"라며 또 한 번 환하게 웃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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