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상] “mRNA가 세계 인류 구했다”...과학자들이 설명하는 카리코·와이스먼 생리의학상 수상의 의미

허지윤 기자 2023. 10. 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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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발견으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펜실베니아대학교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와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제공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호명되자 2일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회의실에서는 “드디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카리코와 와이스먼 박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로, 코로나 대유행 이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날 두 사람의 수상 업적에 대해 “인류 건강에 대한 큰 위협이었던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빠르게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희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두 사람의 수상 배경을 두고 “mRNA백신은 새로운 질병과 싸우는 새로운 무기였고, 이들의 꾸준한 연구가 개발의 토대가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mRNA가 발견된 것은 1961년이고, mRNA를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1990년대부터 나왔지만,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돼 쓰인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이다.

한 교수는 “카리코와 와이스먼 같은 기초연구자들의 꾸준한 연구가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백신을 보급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더 많은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백터 등 기존 방식의 백신 개발은 짧게 5년에서 10년까지 걸린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지 10개월 만에 개발해 냈다. 카리코와 와이스먼 박사가 수상하게 된 배경에는 mRNA 기술의 상용화에 있다.

DNA(디옥시리보핵산)에는 생명의 전체 설계도가 담겨있다. DNA가 생명체라는 건물 전체 설계도라면 mRNA는 계단이나 벽을 만드는 세부 설계도다. mRNA를 백신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세포 안에 유전 정보를 전달해서 원하는 단백질을 생성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합성한 mRNA를 인체에 주입하면, 단백질을 생성하기도 전에 면역세포(수지상세포)가 이를 외부 침입자라고 생각해서 분해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우준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코로나19백신 안전성위원회 위원(현 한국관광대학 노인전문병원장)은 “mRNA는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도 쫓아가기가 상당히 버거울 정도로 불안정하고, 인체에 들어가면 면역세포가 둘러싸서 강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파괴된다”며 “이 때문에 mRNA를 임상적으로 응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조선DB

카리코 박사와 와이스먼 박사는 mRNA를 이루는 염기 분자 하나를 다른 형태로 대체해서 합성하면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카리코 박사는 헝가리 세게드대 생명과학대 시절부터 mRNA만 연구해 온 mRNA 전문가였고, 와이스먼 박사는 미국 보스턴대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면역세포를 연구해 온 면역학자로 면역세포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mRNA를 통해서 항원 단백질 생성과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수상자들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 활용을 통해 mRNA를 합성해 선천 면역반응을 피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했다”면서 “이들이 mRNA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덕에 전세계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보급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모더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제자로 국내의 대표적 mRNA 전문가로 꼽힌다.

앞으로 mRNA 기반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혁진 교수는 “감염병 예방 백신 이외에 암 백신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며 “이미 바이오엔테크에서 mRNA 기반 피부암 등 암 백신 개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는 달리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mRNA 기반 암 백신의 투여로 암 특이적인 단백질이 체내에서 생성되면, 이후 면역세포가 암 단백질을 인지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전 mRNA 백신의 주요 타깃은 암이었고, 현재 다수의 임상시험이 진행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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