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투기 현대화 절실한 北… ‘러 정치셈법’에 기술 확보 달려 [디펜스 포커스]
北 공군, 미그-21 등 노후 기종 수두룩
말뿐인 전력 강화… 질적 수준 개선 안 돼
김정은, 러 전투기공장 찾아 해법 모색
러도 10월 평양 들러 협상 이어갈 계획
북·러 협력, 우크라 전쟁·미러 관계 관건
“양국 관계, 한국 진영대립 이용 경계해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조로(북·러) 관계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사변적 계기’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부각하며 선전전을 펼쳤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당시 들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 △크네비치 공군기지 등은 항공우주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 로켓을 쏘아 올린 직후 20여년간 우주발사체(은하, 광명성, 천리마-1형)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15, 17형) 개발에 몰두했다. 중국이 추구했던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과 수소탄, 인공위성)처럼 우주발사체와 ICBM을 앞세워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ICBM은 대기권 재진입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우주발사체는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두 차례 실패한 것처럼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수십년에 걸쳐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만든 러시아의 경험과 기술은 북한이 시행착오를 줄일 기반을 제공한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에서 수호이-35·57 전투기와 슈퍼제트(SJ)-100 여객기 최종 조립 공정을 살피고 수호이-35 시범비행도 참관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크네비치 공군기지에선 폭격기 등을 둘러봤다.
SJ-100은 2000년대 러시아가 외국산 시스템 등을 사용해 만든 신형 여객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자국산 부품을 사용한 신형 SJ-100 개발에 나서 지난달 시제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북·러 ‘밀착’은 한층 빨라질 태세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지 않을 이유는 없다. “러시아가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때 다른 나라들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의 발언은 무기 거래나 첨단기술 이전이 양국의 필요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회견에서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다음달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과의 관계를 단절한 러시아로선 자국을 강하게 지지하는 북한에 ‘당근’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북한도 러시아에 포탄 등을 공급하고 첨단기술과 식량, 에너지, 무기 등을 얻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위성 개발 지원 의사를 밝힌 데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항공기 제작과 다른 산업에서 (북한과) 협력할 가능성을 봤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양국 간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투기와 헬기 수백대를 잃었다. 북한에 신형 항공기를 인도하는 것보다 자국 소요 충족이 먼저다.
러시아 첨단기술의 북한 이전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 러시아는 불법 복제를 이유로 중국에 첨단무기를 팔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회피했다. 하지만 2015년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지대공미사일을 중국에 판매했다. 수호이-35 전투기와 첨단 제트엔진도 인도했다. 러시아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기술 이전과 무기 제공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북·러 정상회담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고급 군사 기술과 첨단 무기 제공 여부는 향후 미·러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추이에 달렸다”며 “북·러가 상호 밀착과 군사협력의 기대효과를 부풀려 한국 내 진영논리를 자극하는 심리전 재료로 이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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