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64일 기다린 한국 탁구 金… 남북대결서 웃었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2023. 10.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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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신유빈(19)이 한국 탁구에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복식 랭킹 1위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공슈윈허 체육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23)-박수경(21) 조를 4-1(11-6, 11-4, 10-12, 12-10, 11-3)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탁구 여자복식 조가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른 것도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신유빈-전지희 조가 21년 만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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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女복식 신유빈-전지희 압도적 기량
33년만에 北선수 상대 결승서 승리
단체전 등 동메달만 3개 신유빈… “메달 색 바꾸고 싶다” 말이 현실로
전지희-신유빈, 21년만에 아시안게임 탁구 金… 남북대결 승리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신유빈(오른쪽) 조가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탁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건 2002년 부산 대회 남녀 복식에서 각각 우승한 후 21년 만이다. 결승전에서 승리한 전지희와 신유빈이 관중석을 향해 태극기를 함께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삐약이’ 신유빈(19)이 한국 탁구에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띠 동갑’ 복식 파트너 전지희(31)도 중국에서 귀화한 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복식 랭킹 1위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공슈윈허 체육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23)-박수경(21) 조를 4-1(11-6, 11-4, 10-12, 12-10, 11-3)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에서 남북 대결이 벌어진 건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에도 한국이 북한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가져왔다.

北선수 앞서 주먹 ‘불끈’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신유빈-전지희(오른쪽) 조가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나란히 주먹을 쥐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33년 만에 성사된 남북 결승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뉴시스
신유빈-전지희 조는 이날 경기 시작 8분 만에 1세트, 6분 만에 2세트를 따냈다.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기량 차이가 났다. 그러나 3세트는 6차례 동점이 이어진 끝에 북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4세트에서도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다가 한국이 10-10 듀스 상황에서 연이어 2점을 따면서 금메달까지 한 세트만 남겨 놓게 됐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5세트를 6분 만에 따내면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만세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 탁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건 2002년 10월 8일 부산 대회 남녀 복식에서 나란히 우승한 후 7664일 만이다. 한국 탁구는 안방에서 열린 1986년 서울 대회 때부터 2002년 부산 대회 때까지 아시안게임에서 5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2006년 도하 대회 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까지는 은 6개, 동 12개만 차지하면서 한국 탁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숫자는 10개에서 멈춰 있었다.

특히 여자복식은 이은실(47)-석은미(47) 조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시상대에도 한 번 오르지 못했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신유빈-전지희 조는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꾸준히 내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 탁구 여자복식 조가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른 것도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신유빈-전지희 조가 21년 만에 처음이었다.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탁구 신동’에서 ‘탁구 에이스’가 된 신유빈은 이날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동메달도 좋지만 이제는 메달 색을 좀 바꾸고 싶다”던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신유빈은 이날 전까지 이번 대회 단체전과 단식, 혼합복식에서 모두 동메달만 딴 상태였다. 신유빈은 금 1개, 동메달 3개로 자신이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개인 첫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 결승에 처음 올라 신기했다. 신기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면서 “(전지희)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탁구 선수 가운데 신유빈(8위) 다음으로 단식 랭킹이 높은 전지희(33위)는 이번 대회 단식 출전을 포기하면서 복식에서 메달을 꼭 따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지희는 “한국에서 다시 탁구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나온 대회에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올해 초반부터 몸이 좋지 않아 유빈이에게 미안했다. 결승전 때도 많이 떨었는데 유빈이가 옆에서 힘을 실어줘서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전지희가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10.2 뉴스1
이날 남자 단식에서는 장우진(28)이 준결승에서 세계 1위 판정둥(26·중국)에게 1-4로 패하며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국 탁구는 금 1개, 은 2개, 동메달 5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중국(금 6개, 은 2개, 동 1개)에 이은 종목 2위 기록이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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