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X전지희 21년만의 金뒤엔 '2002부산金'석은미 코치 있었다[항저우S토리]
"저희가 가진 모든 기운과 운을 쏟아부어 꼭 금메달 가져갈게요."
2일 '대한민국 세계 1위 여자복식조' 전지희(미래에셋증권)-신유빈(대한항공)조의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남북대결을 앞두고 석은미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는 결연한 각오를 전했다.
석은미 코치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은실 전 삼성생명 코치와 함께 여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1년간 도하, 광저우,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등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탁구는 금메달을 보지 못했다. 2002년 부산 대회 유승민-류지혜, 2006년 도하 대회 이정우-이은희, 2014년 인천 대회 김민석-전지희의 혼합복식 동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 김경아, 2014년 인천 대회 양하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전지희의 여자단식 동메달이 전부였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일본 대표팀 코치' 출신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과 함께 전지희-신유빈조를 전력을 다해 지도해온 석은미 코치는 "우리가 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금메달을 확신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대한민국다운 승부를 하도록 지도하겠다"면서 "모든 기운과 운을 쏟아 꼭 금메달을 가져가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레전드의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21년, 한국 여자탁구의 오랜 갈증을 신유빈-전지희조가 '금메달 선배' 석은미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시원하게 풀어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복식 결승에서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 북한의 2000년대생 복식조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를 게임스코어 4대1로 돌려세웠다. 1게임을 11-6, 2게임을 11-4로 가볍게 따낸 후 3게임, 차수영의 회전 많은 톱스핀에 고전했다. 듀스 접전 끝에 10-12로 내줬다. 4게임 9-5로 앞서다 북한조가 빠른 스텝과 날선 푸시로 9-7까지 쫓아오자 오광헌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9-9 집요한 추격을 뿌리치고 전지희의 공격이 북한을 뚫어냈고, 듀스 게임을 이겨내며 12-10으로 승리했다. 6게임 신-전조는 5-0까지 앞서나가며 북한을 압도했다. 전지희의 포어드라이브가 맞아들어가며 11-3, 게임스코어 4대1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태극기를 번쩍 들어올린 전지희-신유빈조가 석은미 코치와 포옹하며 눈물을 쏟았다. 석 코치는 "금메달 순간 울컥했다. 가슴이 찡하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우리 후배들이 정말 귀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이라며 뜨거운 감격을 전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단체전 이후 33년 만의 남북대결에서, 21년 만의 여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의 안방, 중국이 싹쓸이해온 탁구에서 만리장성의 아성을 넘어 항저우의 하늘에 애국가를 울리는 데 성공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신유빈의 폭풍성장은 빛났다. 단체전 준결승 한일전에서 에이스로 나섰지만 2패를 기록하며 결승행이 무산된 후 눈물을 보였던 신유빈은 남은 경기에서 심기일전했고, 임종훈과 함께 한 혼합복식과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단식 4강에서 세계 1위 쑨잉샤에 0대4로 패했지만 2게임을 듀스 접전으로 몰고 가는 끈질긴 경기력으로 한달 전 평창아시아선수권 때보다 또 한뼘 성장했다. 신유빈은 어떤 대회, 어떤 무대에서도 생글생글 미소 짓는 '강심장'이다. 무엇보다 신유빈은 동서고금 영웅전과 스포츠 스타에게 반드시 필요한 '천운'이 따르는 선수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처럼 신유빈은 이번 대회 대진운도 따랐다. 단식 준결승까지 난적 중국, 일본을 모두 피했고, 여자복식서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중국 2개조가 잇달아 일본, 인도에 패하면 탈락했다. 까다로운 홍콩 에이스 두호이켐조도 북한에 패해 조기탈락하고, 준결승에서 직접 일본조를 돌려세우면서 이번 대회 사상 최고의 결승 대진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기회는 결국 준비된 자의 몫, 잡아내는 자의 몫이다. 지난 1년새 손목 부상 시련을 이겨내며 몸도 마음도 부쩍 자란 신유빈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천운과 한국 여자탁구의 소명을 놓치지 않았다.
신유빈 옆엔 '띠동갑' 언니이자 국내 톱랭커인 베테랑 전지희의 투혼과 헌신이 빛났다. 2008년 중국 허베이성 주니어 탁구대표 1군 출신 열여섯 살 '티안민웨이'는 국가대표, 올림픽의 꿈 하나로 혈혈단신 한국 귀화를 택했다. 연습생으로 3년을 보낸 후 2011년 일반 귀화시험 끝에 한국인이 됐고, 귀화선수 규정에 따라 또 3년을 기다려 2014년에야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전지희가 한국행 후 무려 15년 만에 자신의 나라, 중국 항저우에서 중국 에이스들을 모두 제치고 꿈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탁구신동' 신유빈과 복식조가 된 후 늘 감사의 미소를 잃지 않았던 전지희는 특히 이번 대회 단식에 나서지 않고 여자복식과 단체전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개인의 욕심 대신 팀의 승리를 택했다. 이번 대회 여자탁구가 단체전, 여자 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등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거머쥔 데는 베테랑 전지희의 헌신이 있었다.
세계랭킹 1위, 지난 5월 더반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은메달, 지난달 평창아시아선수권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목에 건 전지희-신유빈조가 메달색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1990년 베이징 대회 현정화-홍차옥조, 2002년 부산 대회 석은미-이은실조에 이어 21년 만에 전지희-신유빈조가 여자복식 역대 세 번째 금메달 역사를 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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