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양심의 자유'를 아시나요

노동일 2023. 10. 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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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양심의 자유 침해 안돼

"인권 중에서도 양심의 자유는 특별한 성격을 지닌다."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근본적 도덕과 신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조건이자 요청이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설명이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가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이다. 양심의 자유 침해는 개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수형자의 가석방 결정 시 '준법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역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헌재가 고무·찬양죄 규정은 합헌이지만 축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 데 이어 법조문도 같은 취지로 개정되었다. 준법서약서 제도는 양심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폐지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도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가라앉았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양심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퇴행으로 기록되어야 할 일이다. 국민 누구나 영장실질심사를 받지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탓에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뿐이다. 일찌감치 특권 포기를 공언한 건 이 대표 본인이다. 겉으로 한 약속과 실제 속내가 다르다는 증거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드러났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은 의원들의 '부결인증'을 압박하고 나섰다. 혹여 빠질세라 100명 넘는 의원들이 부결 충성 맹세 행렬에 동참했다. 평소 국민과 국무위원들 앞에서 온갖 위세를 부리는 그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쫄보들의 행진'이다.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 동의안 가결 후에는 '가결자 색출' 광풍이 불었다. '양심고백'을 강요하는 문자도 쏟아졌다. 자신의 명패와 '부'자가 쓰인 투표용지를 공개하고, 부결표 던진 사실을 공개 고백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공포 분위기가 오죽했으면 싶다. 양심의 자유 중 양심 표명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기독교인 색출을 위해 십자가나 성화 밟기를 강요하던 야만의 시대와 다른 게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부에서는 '징계'를 운운하기도 한다. '보복'을 다짐하는 말도 나온다.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실정법 위반이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다. 국회법 제114조의 2는 '자유투표'라는 제하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한다. 해당 국회법 조문은 2001년 건강보험 재정분리 당론에 반대하던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강제 사보임 사건 후 신설된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던 새천년민주당이 앞장서서 신설한 게 자유투표 조항이다. 역사적 맥락을 알기는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결표 덕분에(?) 영장기각으로 이 대표는 일단 기사회생했다. 의기양양한 민주당을 보면 징계가 아니라 포상을 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다.

양심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조건이자 요청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정치야말로 기본이 중요하다. 양심의 자유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해 주길 바란다. 당직이고 공천이고 의원직이고는 그다음 이야기이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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