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처럼 ‘스케이트날 기적’ 만든 대만선수 “난 끝까지 싸우고 있었다”[항저우 AG]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동성의 ‘스케이트날 밀어넣기’는 한국 스포츠팬들에겐 역사적인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간발의 차이로 2위였던 김동성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스케이트날을 앞으로 내밀어 앞서 있던 리자준(중국)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스케이트날 끝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으로 순위를 가리는 규칙을 파고든 전략의 승리였다. 그 이후 스케이트날을 차면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건 모든 선수들의 기본 기술이 됐다.
25년이 지나 한국이 그 ‘기술’에 똑같이 당했다. 한국 롤러스케이트가 막판 안이한 플레이로 다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최인호(논산시청), 최광호(대구시청), 정철원(안동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스피드 남자대표팀이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결승에서 간발의 차로 2위가 됐다. 순간의 방심이 메달 색깔을 바꿨다.
결승선 앞두고 승리를 예감한 정철원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했는데, 이때 뒤따라들어오면 대만 선수가 왼발을 쭉 내밀었다. 대표팀은 우승을 확신하며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기록에서 대만(4분5초692)이 한국(4분5초702)에 0.01초 차로 먼저 들어온 것이 확인됐다.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금메달을 ‘실수’ 하나로 놓친 선수들도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회정보사이트 마이인포에서는 이 종목을 리뷰하며 ‘대만이 ‘기적’같은 릴레이 마무리로 대한민국 깜짝 놀라게 했다’는 제목을 달면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은 ‘대만의 김동성’ 황위린을 조명했다. 황위린은 지난 1일 최광호·정철원이 금·은메달을 따낸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00m 스프린트 결선에서 실격했다. 그 충격으로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린 황위린은 이날 경기 출전을 포기하려다가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황위린은 “어제 밤까지 ‘오늘 경기에 출전하기 싫다’고 계속해서 내 자신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예전 게시물을 보면서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장면을 떠올리며 “(길게 뻗으며)내 키가 작아서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0.01초 차이로 승리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정말 기적”이라고 했다.
황위린은 앞선 다른 인터뷰에서 “코치는 항상 나에게 침착하고 앞을 주시하라고 말했고, 마지막 코너에서는 의도적으로 앞쪽으로 이동했다”며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리며 최선을 다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이미 축하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았다. 당신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불과 몇 m남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역전을 허용한 정철원의 상황에 인터뷰도 실었다. “한국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가, 한국(정철원)은 자신과 팀 동료들이 승리했다고 확신하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손을 흔들었다. 결과가 나왔을 때 한국 선수들은 혼란과 불신의 눈빛이었지만, 정철원은 나중에 자신의 값비싼 실수에 대해 동료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오랜 라이벌 대만이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에서야 (한국 스케이트가)무례에서 깨어났다’고 적었다.
항저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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