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조 “장타는 나의 힘”...LPGA 프로들 사이서 유일한 아마추어 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골프 대표팀이 2일 전원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그 중 유현조(18)가 따낸 메달은 두 개다. 여자 단체전에서 김민솔(17), 임지유(18)와 함께 은메달을 획득했고, 개인전에선 동메달을 따내 한국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입상했다.
유현조는 지난 1일 중국 항저우시 서호국제코스(파72·6030m)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경기에서 버디만 7개 잡아내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쳤다. 개인전 금메달 아르피차야 유볼(21·태국·19언더파)과 3타 차, 은메달 아디티 아쇼크(25·인도·17언더파)와는 1타 차였다. 유현조는 후반 9홀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덕분에 단체전 순위도 태국(542타)에 이어 2위(548타)까지 끌어올렸다. 여자 골프 단체전은 국가별 선수 3명 중 상위 2명 스코어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골프 종목에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됐다. 한국 남자 골프 대표팀은 프로 2명과 아마추어 2명, 여자 골프 대표팀은 여고생 아마추어 3명으로 구성됐다. 개인전 금·은메달을 따낸 유볼과 아쇼크는 둘 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뛴다. 개최국 중국 여자 대표팀은 세계 랭킹 2위 인뤄닝(21·8언더파·공동8위)을 비롯해 3명 모두 LPGA 투어 선수를 내세웠지만 개인전 입상에 실패했다. 단체전에서도 중국은 한국에 밀려 동메달(552타)에 그쳤다.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개인전 메달을 따낸 유현조는 파워풀한 장타가 특기다. 지난달 10일 출전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올랐는데, 당시 나흘 동안 270야드 넘는 드라이브샷을 17번 쳤고 그 중 최고 기록은 1라운드 18번홀(파5) 293.5야드였다. 키 168cm인 유현조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화 인터뷰에서 “잘 맞으면 270야드 이상 나가고, 스윙스피드는 연습 때 시속 101~102마일 정도”라고 했다. “일부러 비거리를 늘리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다”는 그는 “스윙할 때 래깅(백스윙 때 꺾은 손목을 다운스윙 때 그대로 끌고 내려오는 동작)이 타고났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는데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쳤다”고 했다.
중3부터 고1 때까지는 드라이브샷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고 백스윙 톱에서 약간 쉬었다 치는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장타를 치려면 한두 번씩 방향에 실수가 나오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두 번 실수를 너무 생각하다 보면 강박이 생기고 자신감이 떨어진다”며 “드라이브샷이 다시 잘 되기 시작하면서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는 욕심이 생겨 쇼트게임과 퍼트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했다.
2021년 말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재활을 거쳐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2022년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선수권, 대보 하우스D오픈 아마추어 부문, 스포츠조선배 전국중고등학생대회 여고부 1위에 올랐고 송암배와 매경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준우승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1년 미뤄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중학교 때부터 러닝 훈련을 꾸준히 해오면서 체력은 물론 정신력을 길렀다고 한다. “요즘도 주말에는 무조건 달린다”는 그는 “장거리 달리기는 100% 정신력”이라며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달리면서 배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랭킹 상위권을 비롯한 프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대회에 나서기 전 “골프는 모르는 것”이라며 “추천 선수가 우승할 때도 있고,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할 때도 있고, 프로 선수들은 잘 쳐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그 마음가짐대로 결국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제쳤다. 곧 프로 전향을 앞둔 유현조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메달까지 따서 연습한 보람을 찾았다”며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고 더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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